野 "윤 후보자, 청문회서 거짓말했다"
尹 "변호사 선임에 관여하지 않았단 뜻"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8일 여야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한 윤 후보자 개입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윤 전 서장은 윤 후보자와 막역한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 사건 당시 그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의혹이 있다며 추궁했다. 윤 후보자는 이날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뉴스타파는 이날 밤 윤 후보자가 2012년12월초 한 기자에게 대검 연구관 출신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소개해줬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야당 의원들은 "윤 후보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윤 전 서장은 지난 2010~2011년 육류수입업자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혐의로 2012년 경찰 수사를 받았다. 한 차례 경찰 조사를 받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체포돼 강제송환됐으나 2015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야당은 윤 후보자가 윤 국장과 가까운 사이고, 윤 전 서장과도 친분이 있다는 점을 들어 윤 후보자가 수사 과정과 무혐의 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선 윤 후보자가 당시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윤 후보자가 대검 연구관을 마치고 나간 L 변호사를 직접 윤 전 서장에게 소개해줬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재판이나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직무상 관련이 있는 법률사건을 특정한 변호사에게 소개, 알선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게 야당 의원들 주장이다.

하지만 윤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답변에서 "윤 전 서장 관련 사건에 개입한 사실이 없고, 변호사를 소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윤 후보자는 특히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하던 2012년 하반기 한 언론사 기자와 통화에서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기자가 관련 의혹을) 묻길래, 나는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청문회에서 윤 후보자가 2012년 12월 초 한 언론사 기자와 통화에서 대검 중수부 연구관을 지낸 L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만나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고 말하는 뉴스타파의 녹음 파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녹음 파일에서 윤 후보자는 "윤 전 서장이 당시 '조만간 경찰에 한 번 가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해 내가 '그럼 진작에 얘기를 하지, 그리고 변호사가 일단 필요할 테니까⋯'라고 했고 일단 이 사람한테 변호사가 필요하겠다 싶어가지고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L 보고 윤 전 서장을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고 했다.

또 윤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후배 검사 출신인 L 변호사에게 윤우진 전 세무서장을 만나기 전에 자신의 소개로 연락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윤 전 서장에게 보내게 했다는 의혹도 청문회에서 부인했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대검 중수부 후배인 L 변호사에게 윤 전 서장에게 연락을 하라고 그렇게 전한 적이 있지 않으냐'라고 묻자, 윤 후보자는 "그런 사실 없다"고 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2012년 12월 초 기자에게 "내가 윤 전 서장에게 L 변호사를 소개했다. L 변호사에게 '윤석열 부장이 보낸 L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게 했다"고 말했다.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강일구(왼쪽), 장우성 총경 등 경찰 관계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후보자는 자정을 넘긴 9일 밤 진행된 청문회에서 "(그 당시 L) 변호사는 선임되지 않았다"며 "변호사 소개라는 게 제가 변호사를 선임시켜주는 걸 말하지 누구를 한번 만나보라는 것을 변호사 소개라고 하지는 않지 않으냐"고 했다. 자신이 윤 전 서장을 만나보라고 한 이 변호사가 윤 전 서장의 변호인으로 정식 선임되지 않았으니 변호사법에서 금지한 변호사 소개라고 보기 어렵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 후보자는 또 "저도 저 상황이 몇 달 지난 상황에서 기자들이 '변호사 소개했다는 문자가 있다'하니 (상황을 설명하느라) 말한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자는 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설명을 잘 못했다고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하자 "7년 전 일에 대해 설명을 잘 못 드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청문회 답변에) 오해가 있다면 명확하게 말씀 못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