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사법행정 의사 결정 과정에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법원의 인사·예산 등 사법행정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총괄했다. 그런데 행정처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별도의 자문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통해 "향후 사법행정에 관한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법행정자문회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장이 의장을 맡는 사법행정자문회의에는 법관 5명과 외부 전문가 4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대법원은 "다음 달 중 이와 관련한 대법원 규칙을 만든 뒤 이르면 9월쯤 자문회의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는 그동안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법원행정처 개혁 작업의 일환이다. 김 대법원장은 작년 9월 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해 사법행정을 결정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후 작년 12월 법원조직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법을 개정하는 대신 대법원 규칙으로 자문 기구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법원 규칙은 대법관 회의에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사실상 편법으로 기구를 만들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고위 법관은 "법원조직법상 자문 기구는 사법정책자문위원회와 법관인사위원회 두 개뿐이다"며 "자문 기구도 법에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어떤 근거도 없다"고 했다.
자문 기구에 참여할 법관과 외부 인사들이 특정 성향으로 채워질 경우 법원 인사와 행정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원 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이 모임 출신 판사들을 중용해왔다. 자문 기구에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대거 포진할 경우 법원의 '코드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