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달 30일 미 기자들에게 “문(Moon·문재인 대통령)이 대체 왜 그걸 내뱉었는지(blurted it out) 모르겠다”며 최근 문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 발언에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訪韓)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국무부 장관 전용기에서 ‘오프더레코드’(비보도 전제)로 기자들에게 “미·북 3차 정상회담을 위한 ‘백채널(물밑 교섭)’은 전혀(never) 없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AP 등 세계 주요 통신사들과의 인터뷰에서 “(미·북) 양국 간에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노이 회담으로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의 물밑 대화”라고 밝혔는데, 미 당국자가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자국 기자들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 말대로라면 미·북간 물밑 교섭이 전혀 없었다는 것인데, 문 대통령은 왜 있었다고 했는지 의문스럽다”면서 “교착 상태인 북핵 협상이 겉보기와 달리 실제로는 잘 되는 것처럼 포장하려고 그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미·북 협상과 관련해 실무진으로부터 부정확한 보고를 받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리도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판문점 회동은) 사실상 적대 관계 종식”이라고 한 것과 관련해 본지에 “미국 생각은 다르다. 적대 관계 종식을 위한 길의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비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판문점 미팅이 성사된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그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댄 월시(백악관 부비서실장)에게 미·북 정상 만남 시도를 2주 내에 하는 게 나을지 24시간 내가 나을지’ 물었고, 토요일(지난달 29일) 아침엔 나를 깨워 해당 사안의 장단점을 상의한 뒤 대통령을 찾아갔다”며 “결국 대통령은 ‘24시간 내 김정은을 만난다’에 도박해(gambled), 그걸 따냈다(paid off)”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 깜짝 회동 방안에 대해 “김정은은 (판문점까지) 차로 2시간 거리고, 대통령은 서울에서 헬기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데다, 최근 친서를 서로 주고받고 하는 등 여러 분위기로 봤을 때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보고를 받고 나서 트위터로 김정은에 ‘판문점 미팅’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3일 밤 TV아사히 뉴스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과 G20 정상회의에서 만났다면 북·일 관계의 새 국면이 전개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 “아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감스럽지만 지금 북한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