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4일 당 의원총회에서 강창일 의원이 일본의 무역 보복 조치에 대해 발언하다 한국 정부 대응에도 아쉬움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손가락으로 엑스 표시를 하며 제지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강창일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강 의원은 이날 의총 발언에서 일본 경제 보복 사태에 대해 "아베 정권은 치졸하다. 정치논리를 경제문제로 확산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지금 못하겠다. 지금 우리는 풀어야 하는 입장인데, 출구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며 "일본 참의원 선거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 참의원 선거 보면서 대응책을 논의하자"고 했다. 일본 아베 정부가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대한(對韓) 무역보복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있는 만큼, 선거 이후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강 의원은 발언 도중 답답한 듯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저는 더 세게 이야기 못 해서 죄송하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 대한민국 정부도 원칙과 명분에 집착하다 보니까 시기를 놓쳐버린 부분이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게(일본의 무역 보복 가능성) 작년 12월부터 계속되어 왔던 거 아니냐. 그렇다면 원칙과 명분만 주장하지 말고 정치적으로 풀어 나갔어야 하는데 피해자 단체들과 대화를 해 의견을 수렴하는 동안 시기가 지나버렸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본의 무역 보복 등 파국을 막을 시간이 있었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강 의원의 목소리가 다소 높아졌다.

이 때 의총장 제일 앞 줄에 앉은 이 대표는 강 의원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엑스(X) 표시를 했다. 일부 의원도 손짓을 하며 '이제 그만하라'는 표시를 했다. 강 의원이 계속 발언을 이어가자 한 의원이 "여기까지 하시죠"라고 만류하기도 했다. 강 의원이 발언을 계속 이어가자 이 대표는 처음보다 손가락을 더 높이 올려 엑스 표시를 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공개니까 여기까지만 하고 더 말하지 않겠다"며 "저는 어떻게든 많은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 정부도, 한국 국회도 열심히 한일관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알리고 있다"며 발언을 마쳤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본이 무역 보복 조치를 꺼내든 민감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그동안 손 놓고 있었냐는 비판 여론도 있는 만큼 당 지도부에서 내부 분란으로 비쳐질 발언에 대해 자제하자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