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휴가를 냈지만 파업이 길어질까봐 걱정이 크네요."

인천 계양구 A초등학교 1학년 딸 아이를 둔 김모(40)씨는 지난 금요일(28일) 학교로부터 7월 3일부터 5일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받고서 깜짝 놀랐다. 오후 1시쯤 수업을 마치고 6시까지 돌봐주던 돌봄교실이 멈추면 당장 아이가 가 있을 곳이 마뜩찮기 때문이다.

워킹맘인 김씨는 지방에 사는 친정엄마에게 전화부터 했지만 "몸이 좋지않아 올라가기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어 남편에게 전화해 집 부근에 사는 시누에게 부탁해 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불발이었다. 6시에 아이를 픽업해 퇴근 때까지 2~3시간 돌봐주는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더 일찍 픽업할 수 있냐고 부탁했지만 대답은 'NO'였다. 결국 김씨는 여름휴가 중 절반을 미리 당겨 쓰기로 했다. 그는 "속도 상하고 화도 나고해서 정말 눈물이 다 났다"고 했다.

돌봄교실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있는 초등학생들.

3일 학교 비정규직근로자 총파업이 시작되면서 돌봄교실에 자녀를 맡기고 있는 맞벌이 학부모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돌봄교사(전담사)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어서 파업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저마다 파업기간 중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발을 동동 굴렀고, 덩달아 가족들까지 총 비상이 걸렸다.

김씨 아이가 다니는 A초등학교는 돌봄교사 2명이 학생 48명을 2개반으로 나눠 돌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동안 돌봄교실 운영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단체 채팅방에 모여 아이들을 돌봐줄 학원과 공부방 등을 일시적으로 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학부모 박모(39)씨는 "친한 엄마들끼리 돈을 조금씩 모아 공부방 한 곳을 섭외했다"며 "직장에서 눈치보면서 하루종일 이러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원도 원주시 B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공무원 이모(38)씨는 같은 반 친구의 엄마에게 동네 태권도 학원과 축구 교실을 소개 받았다. 친정이나 시댁 모두 멀리 떨어져 있고, 근처에 가족도 없어 다른 학부모에게 기대어 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태권도 학원과 축구 교실이 반반씩 나눠 아이를 맡아주기로 했다. 이씨는 "지금은 사흘밖에 안돼 큰 돈이 들지 않았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당장 경제적인 부담이 걱정"이라며 "학교 측도 아무런 대책없이 운영 중단 통보만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이 학교 돌봄교실은 전담사 1명이 1개 반, 학생 20명을 맡고 있다. 당초 학교는 파업에 대비해 교사를 투입하기로 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아 결국 돌봄교실 운영 중단을 택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 사정이 여의치 않아 돌봄교실 학생들은 가정에서 책임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갑작스러운 통보에 학부모들께 죄송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파업으로 전국 5921개 초등학교에서 운영 중인 돌봄교실 가운데 139개 학교가 운영을 멈췄다. 지역별로는 인천 7곳과 광주광역시 2곳, 강원도 39곳, 전북도 41곳, 전남도 30곳 등이다. 경기와 부산, 대구 등에서도 돌봄 전담사들의 파업 참가는 있었지만 학교 측이 교사를 대체 투입하거나, 2~3개 반으로 나눠 운영하던 것을 한개 반으로 통합해 임시 운영하고 있다.

돌봄교실은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위해 방과 후 학교에서 학생들을 돌봐주는 제도다. 방과 후 별도로 마련된 교실에서 늦게는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저녁식사나 간식을 주기도 하고, 별도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맞벌이 학부모들에게는 잠시라도 중단되면 안될 만큼 절실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는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급식도 급식이지만 돌봄교실은 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면서도 "이번 파업은 하루 이틀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돼 큰 혼란이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돌봄교실과 급식 중단 사태가 매년 반복되다시피 하고 있지만 대응책이나 매뉴얼은 허술한 상태다. 실제 경기교육청이 이번 파업과 관련해 각 학교에 보낸 ‘교육공무직원 파업 대응 매뉴얼’을 보면 돌봄교실에 대해 대체 인력으로 교사 등을 활용 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이렇다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교무회의를 열어 선생님들끼리 제비뽑기 하듯 돌봄교실 대체근무를 결정한 일도 있다고 한다. 한 교사는 "초과 근무 수당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라는 이유로 파업 대체 인력에 투입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특정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과 매뉴얼이 있어야 이런 혼란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