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으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이 유력시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이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과반 투표를 얻으면 사상 첫 여성 EU 집행위원장이 탄생하게 된다.
2일(현지 시각) EU 정상회의는 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폰데어라이엔 장관을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장관이 기권 한 명을 제외하고 만장일치로 차기 집행위원장 자리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은 메르켈 총리의 최측근 동료이자 경쟁자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메르켈 총리의 지명을 받아 2013년 독일 사상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으로 취임했다. 폰데어라이엔은 보수정당 소속이지만 여성 임원 쿼터제와 최저임금제 등 진보 정책을 과감하게 받아들였다가 메르켈 총리와 충돌하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이달에 열리는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유럽의회 의원 751명 중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오는 11월 1일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오르게 된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이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발탁된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도 좌파 성향 사회당 계열(S&D)의 프란스 티머만스 집행위 부위원장이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유력시됐다. EU는 30일 오후 6시부터 1일 오후까지 밤샘 마라톤 회의를 통해 티머만스를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으나 이탈리아와 중부유럽 비셰그라드 그룹(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의 반대로 결국 낙마했다.
폰데어라이엔은 그동안 집행위원장 후보를 놓고 각축전을 벌여온 EU 주요국들이 내놓은 ‘절충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중도 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 계열의 만프레드 베버 유럽의회 의원을 적극 지지한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폰데어라이엔 장관을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제안해 극적인 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폰데어라이엔은 산부인과 의사 및 의대 교수로 재직하다 42세의 나이로 뒤늦게 정계에 진출했다. 가족여성청년장관(2005~2009년)과 노동사회장관(2009~2013년)을 역임할 당시 저출산과 여성 임금 차별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특히 7명의 자녀를 두고 있어 저출산 국가인 독일에서 보기 드물게 다자녀 가정을 일궈 주목받았다.
폰데어라이엔은 EU정책과 관련해서는 강력한 유럽 통합파로 꼽힌다. EU 회원국간 경제적 통합뿐만 아니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