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벌어진 남·북·미 정상의 만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쇼맨십이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CNN 등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 쇼'를 진행했던 것을 비유해 "이번 이벤트는 트럼프 쇼맨 본능의 새 단계"라며 '리얼리티 쇼'에 비유했다.

이번 판문점 이벤트의 감독과 주연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첫 방한(訪韓) 때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을 방문하려 했지만 기상 악화로 무산됐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상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며 애착을 보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에 급히 제안된 것이라고 했지만, 판문점 방문 자체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계획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독과 주연이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조연을 자처했다. 단독 무대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 그리고 미·북 대화의 중재자로 문 대통령이 나서는 것을 비판해온 북한 모두를 고려해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도 하노이 회담 이후 훼손된 리더십을 만회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내년 재선을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강조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내년 총선을 앞둔 문 대통령, 그리고 하노이 이후 훼손된 자존심을 세워야 할 김정은 등 세 사람 모두에게 이만한 기회는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회담을 "역사적 사건"이라며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쇼맨십'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지 못한 북한과 김정은에게 '선전(프로파간다)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며 "전례 없는 쇼맨(ever the showman)인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만남을 통해 전임 대통령들보다 한 수 앞서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례 없는, 카메라 친화적인 친교의 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우호 관계를 과시함으로써 교착 상태를 깨고 협상으로 나가는 길을 여는 '도박'을 감행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은 북한이 핵무기를 어떻게, 언제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깊은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며 "이번 만남이 '상징성'을 넘어설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CNN은 "트럼프의 새 단계 쇼맨 본능"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블룸버그통신 기자는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는데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매우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가짜 뉴스만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에 불만을 표출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판문점 회담에 대해 "양 정상의 만남이 평화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에게 "나는 그 주인공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한편 그와 같은 중요한 몸짓이 평화에의 발걸음이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