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윤창호법' 시행 첫날인 이달 25일 0시 4분. 스마트폰 앱 '더더더'의 서울시 지도상 관악구 패션 문화의 거리 입구에 '경찰' 표시가 찍혔다. 실제 해당 장소에서 교통경찰 2개 팀이 음주 운전 단속을 막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때부터 한 시간 동안 이 팀들이 올린 실적은 '0'. 흔히 나오던 훈방 대상자조차 이날은 없었다. 경찰이 결국 장비를 챙겨 신림사거리 모자원고개로 자리를 옮겼다. 박윤복 관악서 교통안전계장은 "아무래도 스마트폰 앱에 노출된 것 같다"고 했다.
음주 운전 단속 기준과 처벌을 크게 강화한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가운데 음주 운전 단속 지점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과 이를 무력화하려는 경찰 간 '정보 전쟁'이 치열하다.
◇제2 윤창호법 첫 이틀간 서버 폭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는 28일까지 음주 운전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앱 5개가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 다운로드 횟수 1위인 '더더더'는 이날 기준 국내 스마트폰 424만대에 깔렸다. 2위인 '피하새' 다운로드 건수도 50만을 넘는다.
이 앱들은 경찰의 음주 운전 단속이나 사고 지점 등을 지도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정보 제공자는 일반 이용자들이다. 지도에 단속 지점을 표시하는 이용자는 일종의 '마일리지 포인트'를 얻는다. 포인트는 앱 개발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대리운전 회사를 통해 현금처럼 사용되고, 일정 금액 이상은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다. 다른 이용자가 음주 단속 지점으로 제보한 지점에 대해 '이제 단속 끝' 같은 식으로 추가 정보만 댓글로 달아도 포인트를 준다.
앱 인기는 제2 윤창호법 시행과 맞물려 급증하고 있다. '더더더'의 경우 지난 25~26일 이틀간 접속 폭주로 서버 장애를 빚기도 했다. 제작사 측은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지했다.
경찰은 '스팟 이동식 단속'으로 앱에 맞선다. 30분~1시간 단위로 단속 지점을 바꾸면서 앱 사용자들을 교란시키는 작전이다. 일부 경찰서에서는 아예 앱을 켜놓고 단속 지점이 공유되는 즉시 자리를 바꾸는 식으로 대응한다. 서울 장안2파출소 관계자는 "단속 땐 제보 앱에서 '상습 단속 구간'으로 표시된 곳을 피해서 잠복한다"고 했다.
◇현행법상 합법… 미국·유럽서도 논란
현행법상 이런 앱을 규제할 근거는 없다. 다만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정보통신망으로 음주 단속 장소 등을 유포해 경찰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안 두 건을 대표 발의해놓은 상태다.
옹호론도 있다. "시중 내비게이션들이 과속 단속 지점을 다 알려주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논리다. 하지만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속 단속 정보의 경우 속도를 줄이게 하는 그 자체가 순기능인 반면, 단속 정보 공유 앱은 원천적으로 불법인 음주 운전을 단속만 피해서 하겠다는 의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비슷한 논란이 해외에서도 벌어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2월 미국 뉴욕 경찰은 구글에 "음주 단속 지점을 공유하는 길 안내 서비스 앱 '웨이즈(Waze)'를 제지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구글은 이를 거부했다.
스페인에서는 검찰이 올해 4월 교통 단속 정보를 공유하는 앱 '소셜 드라이브(Social Drive)'에 대해 적법성 검토에 착수했다. 일본에서는 경찰이 음주 단속 위치 정보 일부를 직접 제공하고 있는데, 이 정보를 보기 쉽게 가공해 판매하는 유료 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