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병원.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면허증을 병원에 빌려주고 매달 30만원을 챙긴 간호사의 면허를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간호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간호사 면허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전남 모 군(郡)에 있는 한 병원 운영자에게 간호사 면허증을 빌려줬다. 한 달에 30만원씩 받는 조건이었다. A씨는 의료법위반죄로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A씨의 간호사 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옛 의료법 65조 1항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 등 의료인이 ‘면허증을 빌려준 경우’ 등에는 보건복지부가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A씨 측은 "지난 2009년 한 장기(臟器)의 기능저하증 진단을 받아 건강상태에 따라 치료와 근무를 반복하며 생계를 이어왔다"며 "당시 건강이 악화돼 직장을 그만두게 됐고, 사촌올케가 면허증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3개월간 빌려준 것"이라고 항변했다. A씨 측은 "면허 취소 처분으로 생계가 막막해질 상황에 처해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 가운데 △A씨가 치료를 받고 있으며 △질병으로 인해 근무를 간헐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으며 △사촌올케가 면허 대여를 권유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 대한 간호사 면허 취소 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가 경찰 조사에서 ‘해당 병원에 하루나 이틀 정도 근무했는데, 통근 거리가 멀고 근무조건도 좋지 않아 그만두겠다고 했다가 수간호사로부터 돈을 줄테니 면허를 빌려달라는 말을 듣고 대여하게 됐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간호사 면허증을 빌려줄 경우 위법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비(非)의료인의 의료행위에 해당 면허증이 사용되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는 간호사가 직원으로 등록돼 병원 측이 요양급여비용 등을 허위로 청구하는 데 이용되는 경우다. 재판부는 "면허증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은 돈의 규모를 불문하고, 이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씨가 간호사 면허를 재취득할 수 있는 것도 고려됐다. 관련법에 따라 면허가 취소되고 2년이 지난 뒤 취소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간호사 면허를 다시 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