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잠시만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한 여성이 서울 신촌의 한 무한 리필 고깃집으로 손팻말을 들고 성큼성큼 들어간다. "지금 여러분의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동물입니다!" 영상에 잡힌 고객들은 당황하며 여성을 쳐다본다. 식당 직원이 여성을 제지하려 하지만, 여성은 "돼지도 돼지답게 소도 소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외치며 식당 사이를 행진한다.
지난 18일 트위터에 '첫 방해시위 영상'이라는 이름으로 게시된 40초 분량 영상이다. 조회 수 60만을 넘기며 온라인에서 뜨거운 논란이 됐다. 여성은 '디엑스이서울(DxE-Seoul)'이라는 동물권 행동 단체 소속. 이 단체는 초밥집과 다른 고깃집에서도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식당 방해 시위를 이어 갔다. 이들은 "동물에 대한 폭력은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부당한 것과 같다"며 '종 차별(speciesism)' 철폐를 주장했다.
20대와 30대는 다른 세대보다 육식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육식이 비윤리적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20대(26.0%), 30대(25.4%), 40대(20.5%), 60대(20.3%), 50대(18.5%) 순으로 많았다. 특이하게도 채식주의자에 대한 반감 또한 20대와 30대가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채식주의자가 위선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20대는 26.6%, 30대는 24.9%였다. 50대(16.7%), 60대(18.9%)보다 확연히 높았다.
밀레니얼의 양가감정에 대해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밀레니얼은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적극적으로 퍼뜨리지만 자기와 다른 생각은 용납하지 못하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육식과 채식을 사이에 두고 가치관이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 결과라고 본다"고 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5060세대에겐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하는 문화가 낯설기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위선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2030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주의자를 아니꼬워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주위의 시선이 채식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물고기와 계란, 유제품은 먹을 수 있는 채식주의자인 페스코 채식주의자 김모(26)씨는 "채식주의자다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깎아내리는 사람이 있다"며 "내가 비건(vegan) 소시지를 먹는 모습을 본 동료가 '채식주의자가 소시지를 왜 먹느냐'며 비아냥거린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독일에서 일하는데 채식주의자가 많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며 "한국에서도 채식이 유별난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