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타깃으로 한 미국의 제재가 중동 지역 긴장을 극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미국은 제재와 함께 한편으로는 대화로 긴장을 풀자고 제안했지만 하메네이는 26일(현지 시각) "미국의 대화 제의는 이란의 힘을 해제하려고 꾸미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란은 그런 제의를 받아들일 만큼 아둔하지 않다"며 일축했다.
하메네이를 제재 대상에 포함한 것에 대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백악관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며 독설을 퍼붓고, 압바스 무사비 외무부 대변인은 "'외교의 길'을 영원히 폐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란에서 하메네이가 어떤 존재이기에 이란이 이처럼 강경하게 반발할까.
하메네이의 이란 내 위상은 오직 신만이 그의 위에 있을 뿐 모든 이의 위에 있는 만인지상(萬人之上)이다. 신정국가(神政國家)인 이란에서 최고 지도자는 신의 대리인이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초대 최고 지도자에 오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사라진 열두 번째 이맘 마흐디(기독교의 메시아, 불교의 미륵불과 같은 존재)가 세상을 구하러 다시 올 때까지 최고 지도자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를 공격하는 것은 곧 신에 대한 공격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야톨라라는 호칭은 '신의 신호'라는 뜻으로 권위 있는 성직자에게 붙인다.
최고 지도자의 권위는 종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역할도 갖는다.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있지만 경제·환경·외교 등에서 중요한 결정은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사법부를 비롯해 정규군과 혁명수비대 수장 임명권도 갖고 있다. 이란이라는 국가의 주권이 사실상 그의 한몸에 체현돼 있는 셈이다.
세속적인 현실 정치에도 최고 지도자의 힘은 절대적이다. 대통령 후보를 선정하고, 의회 결정을 최종 승인하는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12명을 임명하는 권리가 최고 지도자에게 있다. 2013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위원회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유력 야권 후보였던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과 당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심복인 마셰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후보에서 배제시켜, 현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선출되도록 했다.
이 같은 하메네이의 위상은 지난 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면담 때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메네이는 1인용 의자에 앉아 있고, 아베 총리는 로하니 대통령과 긴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마치 아베가 하메네이를 알현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1939년생인 하메네이는 호메이니의 제자로 이란혁명에 참여했다. 국방차관을 거쳐 1980년 대통령에 선출됐으며 1989년 호메이니 사후 최고 지도자에 올랐다. 1981년 대통령 재임 당시 일어난 암살 미수 사건 때는 이후 오른손으로 악수를 못할 정도로 다쳤다. 중동 지역에서 1970년 왕위에 오른 오만의 카보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 술탄에 이어 둘째로 긴 기간 나라를 통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