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구속 6일 만에 보증금을 내고 조건부로 풀려났다. 김씨는 풀려난 지 3시간 만에 '향후 투쟁 방향성'을 논의하는 민노총 간부 긴급회의를 주재했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오상용)는 27일 오후 김씨에 대한 구속적부심사에서 "증거를 인멸하거나 증인에게 위해(危害)를 가할 우려가 없다"며 김씨를 조건부 석방했다. 석방 조건은 보증금 1억원 납부와 거주지 이전 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주거 제한', 해외여행 전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여행 허가' 등이다. 조건을 어길 경우 법원은 석방 결정을 취소하고 김씨를 다시 구속할 수 있다.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6일 만에 조건부 석방된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27일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런 무리한 것(구속)에 대한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작년과 올해 수차례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지난 21일 구속됐다. 당시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사유는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민노총이 구속적부심을 신청한 사유도 "민노총 위원장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된 것은 용인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 결정이 합당한지 다시 판단해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다. 그러나 법원은 이날 김씨를 석방하면서 도주 우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만 들었다.

김씨는 오후 6시쯤 석방된 직후 기자들에게 "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무리하게 민주노총을 가로막으려 하는지 (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무리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을 것"이라며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이어 오후 9시쯤 서울 중구 민노총 사무실에서 향후 투쟁 방향성을 정하는 집행부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직접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은 김씨 구속 직후부터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영장 발부 직후인 21일엔 "더 이상 촛불 정부가 아닌 노동 탄압 정부"란 논평을 냈고, 24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총파업을 포함한 연쇄 집회·시위를 예고했다.

민노총이 27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300여명을 동원해 진행한 '최저임금 1만원 쟁취 결의대회'도 김씨 구속 당시 예고한 '투쟁' 중 하나였다. 이 자리에서 조종현 충북본부장, 김호경 공공운수노조 대전세종충남지역일반지부장 등 복수(複數)의 민노총 간부가 문재인 대통령을 다른 호칭 없이 "문재인"이라 불렀다. 민노총은 이날 김씨 석방에 대한 별도의 논평은 내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구속적부심도 그런 원칙을 위한 절차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법원 판단이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을 보증금을 받고 풀어주는 '보석(保釋)'도 불구속 원칙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구속적부심과 본질은 같다. 하지만 앞서 법원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보석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석은 장기 징역 10년 이상의 범죄를 저질렀거나 피해자를 해할 우려가 있을 때, 증거 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을 때 등 몇 가지 사유를 제외하고는 법원이 반드시 허가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