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는 가까운 친·인척끼리 마쳤습니다. 나중에 따로 송별회를 열겠습니다."

최근 일본 신문 부고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말이다. 친·인척은 물론 고인(故人)의 지인들을 불러 함께하는 일반적인 '장례식' 대신, 친·인척만 참석하는 소규모의 '가족장(葬)'이 점차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야후 재팬은 지난 24일 가족들끼리의 장례 의식조차 생략한 채 시신을 화장하는 '직장(直葬·화장 의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특집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고령화 여파로 한 해 130만명 이상이 사망하는 '다사(多死) 사회' 일본에서 '장례식'이 사라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직장은 시신을 안치한 뒤, 화장장으로 바로 이송하는 '절차'에 가깝다. 일본의 기존 장례는 3일장이 일반적이다. 최근엔 가족장과 직장이 확산하면서, 장례 업체들은 이를 '일반장(葬)'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첫날엔 고인의 시신을 집이나 시설에 안치했다가, 이튿날 저녁부터 장례식장으로 옮겨 밤새 '장례식(쓰야시키·通夜式)'을 치른다. 고인의 지인들도 참석해 스님의 독경을 듣고, 의례가 끝나면 가족들이 고인의 마지막 밤을 함께한다. 날이 밝으면, 스님의 진행 아래 고별식(고베쓰시키·告別式)을 마친 뒤 화장을 진행한다. 가족장은 친·인척끼리 이 장례 의례를 치르는 것을 뜻한다.

직장의 경우 아예 2~3일째의 장례 의례를 생략한다. 사망 후 24시간 이내에 화장을 금지하는 일본 법률 때문에, 하루 정도 시신을 안치한 후 납관 의례를 마친 뒤 화장장으로 바로 운구한다. 장례 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가마쿠라신쇼'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례 중 직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 같은 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장례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업자들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장례 유형'으로 각각 가족장(51.1%)과 직장(26.2%)을 꼽았다.

직장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역시 비용이다. 도쿄에 있는 한 직장 전문 업체는 화장료를 제외하고 17만엔(약 180만원)부터 직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인을 위한 제단이나 꽃 장식, 사진 촬영,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고별실 사용 여부 등에 따라 비용은 추가된다. 각종 옵션을 모두 추가하면 44만엔(약 470만원) 정도다. 일본 장례식의 평균 비용 195만 7000엔(2016년·일본소비자협회)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가족과 헤어져 혼자가 됐거나 자녀가 자신의 장례식에 큰돈을 들이는 것을 원치 않는 부모들이 주로 선택한다고 한다.

사망 연령대의 상승도 직장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80세를 넘어 사망하는 사람의 비율은 2000년 44%였으나, 2017년엔 64%에 달했다. 시니어생활문화연구소의 고타니 미도리 소장은 "자녀가 대기업 직원일 경우 59세쯤 부모가 사망할 때 장례식이 가장 성대해진다"면서 "이젠 자녀가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야 부모가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야후뉴스에 말했다. 큰 비용을 들여 장례식을 열어봐야 부를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나이 든 고인의 가족들도 고령으로 밤새 장례식을 치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