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29~30일)을 앞두고 공들여 추진했던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미·북 또는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회담'이 모두 무산됐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25일 "실망이 크겠지만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 집중해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트럼프 대통령이 던질 청구서들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남중국해로 군함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의 'DMZ 메시지'는?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 시각)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김정은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만남을 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한·미 회담 이전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현재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했다.

트럼프, 이란 추가 제재 서명 -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등을 겨냥한 대이란 추가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우에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서 있다.

외교가의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대북 메시지에 쏠리고 있다. 최근 김정은에게 대화(친서)와 압박(제재 연장)의 지렛대를 동시에 꺼내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실을지에 따라 미·북 비핵화 협상판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락 전 주러 대사는 "트럼프의 이번 방한 이후 김정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로버트 애슐리 미국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24일 "김정은이 비핵화에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정보기관들의 지속적인 평가"라고 했다.

◇트럼프, '방위비·미중·한일' 거론할 듯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틀간 양국이 다뤄야 할 분야가 많다"며 "무역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조이 야마모토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과 파트너들이 공평한 분담금, 자국 보호를 위한 더 많은 비용 지급을 원한다는 걸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며 "여기엔 한국도 적용된다.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화웨이 캠페인' 동참,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지지 표명, 주한미군 사드 정식 배치 등 미·중 갈등 사안들을 거론할 가능성도 큰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미국은 한·일 관계 악화로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크게 우려한다"고 했다.

◇"美, 韓에 남중국해 군함 파견 요청"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서울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걸 항의하는 차원에서 한국에 군함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위협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미국으로부터 남중국해에 우리 군함의 파견을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동맹국들에 '남중국해 공동 순찰'을 제의해왔다"며 "최근 미·중 갈등 격화로 한국 정부에도 동참을 호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중동발 석유의 핵심 수송로인 남중국해는 중국이 일방적 영유권을 주장해 주변국들과 분쟁을 벌이는 해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