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사업의 난맥상을 고발한 KBS '시사기획 창'의 지난 18일 방송 내용에 대해 청와대가 시정조치를 요구하자, KBS 측이 예정돼 있던 재(再)방송을 결방시키고, 취재진의 반박 입장문 발표를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청와대가 공영방송 KBS 보도에 개입한 것으로, 방송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25일 '〈복마전…태양광 사업〉을 외압으로 누르려 하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지난 21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KBS에) 즉각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사흘이 지났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했다"며 "KBS 측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정조치를 요구했는지 밝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방송 당일 윤 수석이 KBS 누군가에게 연락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세월호 보도와 관련,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제작진은 성명에서 "청와대 주장을 일방적으로 옮겨 적은 기사들이 KBS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도 보도본부에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다"면서 "보도본부 수뇌부가 '2~3일 지나면 잠잠해진다'느니 하면서 반박문 발표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시사기획 창'은 18일 방송에서 "저수지 면적의 10% 이하에 설치하게 돼 있는 태양광 시설이 청와대 TF(태스크포스) 회의 이후 제한 면적이 없어졌다"는 취지로 최규성 전(前)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인터뷰를 보도했다. 방송에서 최 전 사장은 "(정부 부처) 차관이 처음에는 (10% 제한 규정을) 30%로 (늘리기로) 합의해 주다가 나중에는 (제한 없이) 다 풀어버렸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저수지 면적) 60%에 (태양광을) 설치한 곳을 보고 박수 쳤거든"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제작진이 허위 내용을 방송했다"며 "정정보도와 함께 사과 방송을 하라"고 요구했다.

KBS노동조합도 이날 '보도 외압 망령이 되살아났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외부 압력에 심각히 훼손된 KBS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해 사측이 진실을 밝히고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며 "사측은 청와대의 요구를 전달받은 수뇌부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KBS노동조합은 민노총 산하인 언론노조KBS본부와는 별개의 노조로, 약 1500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