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설립 및 활동 방해 사건 재판 선고날, 이를 지켜보던 세월호 유가족이 오열하거나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민철기)는 2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피고인들의 유·무죄 여부를 떠나 재판부로서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 사건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며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묻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한 유가족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 관련 1심 선고공판이 끝나고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뒤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후 재판을 지켜보던 20여명의 유가족은 선고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부에 항의했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판결을 내리느냐", "진상규명이 방해돼 여태껏 울고 있다"고 소리쳤다. 법정에서 나가달라는 법원 공무원의 말에 한 유가족은 "자식이 죽었는데 진정이 되겠느냐"며 한동안 법정을 나서지 못했다.

다른 한 유가족은 "네 새끼도 죽어봐"라고 소리치며 오열하다 결국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은 과호흡 증세로 병원에 후송됐다.

김광배 4‧19 유가족 협의회 사무처장은 동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느냐"며 "실망했지만 대한민국 법이 얼마나 평등한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세월호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필두로 한 해수부 장관, 차관이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도 "진상규명을 열망했던 가족의 기대를 짓밟은 행위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집행유예의 가벼운 양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