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대형 은행에 자국 금융시스템 접근을 차단 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대북 제재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중국 은행 세 곳에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들 은행에 ‘법정모독죄’ 판결을 내렸다.
세 은행은 중국교통은행과 중국초상은행, 상하이푸둥발전은행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대북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무역은행을 위해 1억달러(약 1157억원) 이상을 세탁해준 것으로 알려진 홍콩의 유령 회사와 협력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상하이푸둥발전은행은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이 차단될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상하이푸둥발전은행은 자산 규모가 9000억달러(약 1039조원)로,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2019년 3월 기준 약 9250억달러)와 견줄만한 수준이다.
미국에 지점은 없지만, 달러 거래를 위한 계좌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나 재무부가 ‘애국법’에 근거해 이 계좌를 차단할 경우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애국법은 미 수사당국이 테러리스트나 후원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진료기록과 도서관 이용상황 등 사생활 관련 정보를 입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법이다.
세 은행의 경우는 미국 법원이 애국법을 적용해 중국 은행에 소환장을 발부한 첫 사례다. 미 법원은 2010년에도 외국 은행에 소환장을 발부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소형 은행이 대상이었다.
상하이푸둥발전은행에 제재가 단행될 경우 중국을 압박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는 있겠지만, 이에 따라 세계 경제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기업이 중국으로부터 보복 조치를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조치가 강행될 경우 세계 금융 시스템에 장·단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대형은행보다도 규모가 큰 중국 은행들의 금융 거래가 제한될 경우 세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외국 금융기관의 미국 진출이 둔화하거나 돈세탁과 테러 자금조달에 대한 국제 공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세 은행은 미 법원의 소환에 불응한 것이 고객 보호를 위한 차원이며, 미국과 중국 간 협정에 따라 중국 정부에 자료제출 요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릴 하월 워싱턴 DC 연방지법원장은 미국의 자료제출 요청에 비협조적이고, 대북 제재 위반에 대한 제재가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한 미국의 중대한 국가안보 이익을 위한 조치라는 점 등을 이유로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