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배상 판결 중재국 구성 요구에, 韓 "한·일 기업 출연금으로 위자료 조성안" 제안
G20 한·일 정상회담 성사 문제 놓고 외교부 고위당국자, 지난 주말 방일해 타진한 듯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외교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관련,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고 19일 밝혔다. 외교부는 또 한·일 기업 출연금 조성 방안을 일본이 수용할 경우, 일본 정부가 요청한 한·일 청구권협정 제3조 1항에 규정된 외교적 협의 절차 수용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했다. 이 제안에 대한 일본 정부 입장은 일단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이 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선 예단하지 않겠다"면서도 "이 안의 수용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시한을 두고 있진 않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 이후 배상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 관계부처 간 협의와 함께 각계 인사 의견 등을 수렴해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금을 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공개 제안한 것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주말 일본을 찾아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강제 징용 피해 배상 판결 문제와 함께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측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한 중재위 구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G20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을 방침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이날 제안이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카드란 분석과 정상회담 무산에 대비한 책임분산용 아니냐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가 한·일 기업 출연금 조성 방안을 받아들일 경우 일본이 요구해온 강제징용 배상판결 관련 외교적 협의 절차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정부의 마지막 노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다음주 (한·일) 정상회담 추진 여건을 만들기 위해 이같은 제안을 오늘 공개한 건 아니다"면서 "우리측의 (한·일 기업 기금 조성) 제안을 전달한 시기는 G20 정상회의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성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보고 한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남기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부가 한·일 관계 경색을 풀기 위해 나름의 대책을 내놓으려 한 것 같다"면서도 "좋은 시도지만 일본과 사전 협의가 충분히 있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만약 일본 정부와 충분한 사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일본 정부로선 한국 정부가 책임 회피성 조치로 돌발 제안을 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본 외무성의 오스가 다케시(大菅岳史) 보도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의 제안에 대해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될 수 없어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오스가 보도관은 "한국측에도 이런 (거부)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스가 보도관은 '일본의 입장을 언제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시기를 포함해 외교상의 대화에 대해선 자세히 말 못한다"면서도 "사전에 전달했다"고 했다. 오스가 보도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거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 제안을 발표한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