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인 에이미 추아(57) 예일대 교수는 '세계적인 스타급 교수'이다. 25세에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판사를 하다 32세에 듀크대 교수로 학계에 입성한 그녀는 39세에 예일대 교수가 됐다.

그녀가 이름을 떨친 건 로마·페르시아·대영제국 등 역사상 존재했던 초강대국들의 흥망성쇠를 다룬 저서 '제국의 미래'가 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호평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이후 2011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를 뒤흔든 여성 150명'에도 선정됐다. 그녀의 명성을 더 확고하게 만든 건 2011년에 낸 책 '호랑이 엄마의 군가'(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다. 그녀가 두 딸 소피아와 루이자를 어떻게 키웠는지를 담은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타이거 마더: 예일대 교수 에이미 추아의 엘리트 교육법'이란 제목으로 출간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미국 사회를 '교육법 논쟁'으로 뒤흔들었다.

중국계 미국인인 에이미 추아(가운데) 예일대 교수와 그녀의 첫째 딸 소피아(오른쪽), 둘째 딸 루이자가 2011년 4월 뉴욕에서 열린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추아 교수는 2011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그녀의 교육은 한마디로 스파르타식이다. 자녀를 혹독하게 교육하는 게 그녀의 교육 철학이다. 추아 교수는 자녀의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을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한 과목이라도 'A'를 받지 못하면 호되게 야단쳤다. 딸을 '쓰레기(garbage)'라고 부르는 것도 서슴지 않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피아노 연주회를 앞두고는 한밤중까지 물도 주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하며 연습을 하게 했다.

그녀는 '왜 중국 엄마는 우월한가'라는 칼럼을 쓸 정도로 중국계인 자신의 교육법을 자신했다. 주입과 반복으로 학습을 시키며, 근면한 습관과 자신감으로 아이들을 무장시켜야 한다고 했다. 따뜻한 환경을 제공하며 자녀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교육 철학을 믿어온 미국과 서구 사회에는 충격이었다.

이 엄격한 훈육이 아동 학대가 아니냐는 비판부터, 이런 교육법은 창의적인 인재는 길러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추아 교수의 교육법이 큰 화제가 된 것은 아시아계 자녀들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 등 통계가 그녀의 교육법의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추아 교수의 두 딸은 모두 하버드대에 들어갔다. 첫째 딸 소피아(26)는 2011년 하버드와 예일대에 동시 합격해, 하버드대를 나와 지난해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반항적이었던 둘째 딸 루이자(24)도 현재 하버드대에 다니고 있다.

캐버노 대법관

타이거 마더 책 출간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미국 사회에서 그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그녀의 맏딸 소피아가 브렛 캐버노 연방 대법관의 로클러크(대법원 재판 연구관)로 채용돼 오는 10월부터 일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로클러크는 미국 엘리트 법조인들의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선망의 자리다.

소피아의 로클러크행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캐버노가 대법관 인준을 통과하는 데 추아 교수가 공개 지지를 했기 때문이다. 추아 교수는 작년 7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캐버노는 여성들의 멘토'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버노를 대법관으로 지명하고 사흘 뒤였다. 대표적인 '진보 학자'로 꼽히는 그녀가 보수 대법관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부터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예일대 로스쿨 클러크십위원회에서 캐버노와 같이 일한 인연이 있는 그녀는 칼럼에서 "나는 내 딸의 멘토로 더 나은 판사를 떠올릴 수 없다" "젊은 여성 판사들의 선생님이자 친구인 캐버노보다 내가 더 믿을 수 있는 판사는 없다"며 캐버노를 극찬했다. 인준 과정에서 캐버노에 대한 각종 성추문이 쏟아져 나오면서 추아 교수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캐버노를 '여성들의 멘토'라고 극찬했는데, 캐버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만 3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성추문 논란에도 불구하고 캐버노는 작년 10월 결국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취임 8개월 만에 소피아를 로클러크로 채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캐버노 수호자의 딸이 대법원에 취직했다' '칼럼으로 얻은 클러크십' '강력한 거래로 인해 실종된 공정한 경쟁' 등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추아 교수가 캐버노를 칭송하는 칼럼을 유력지에 게재한 대가로 캐버노가 그녀의 딸에게 로클러크 자리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 사건이 더 논란이 된 것은 최근 불거진 미 명문대 입시 부정 사건 때문이다. 자녀 합격을 위해 입시 브로커에게 수십만 달러를 상납한 할리우드 배우, 기업 CEO와, 딸의 대법관 로클러크 자리를 위해 '칼럼을 상납'한 추아 교수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입시 비리 사건에 연루된 학부모들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수개월의 징역형과 수만 달러의 벌금을 구형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에드워드 루스는 "추아는 미국인들의 '실력주의'에 대한 불신의 상징이 됐다"며 "엘리트의 가장 좋은 규율은 수치심(sense of shame)이다. 이것이 없으면 아무 짓이나 저지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추아 교수는 현재 언론 접촉을 피하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