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안개 막 걷힌 아침 호수. 어린 오리 세 마리가 세 방향으로 저만의 끝을 향해 호수를 가로지른다.

마치 어둠의 그물을 끌듯 물의 문을 열어 물빛을 드러내듯

그들이 만드는 각각의 파장, 얼마나 유장한지.

세 개의 브이 자가 점점 커져 호수의 양 귀퉁이까지 퍼져간다. 다른 아무것도 흔들지 않으며 끝내는 호수를 다 끌어안아 버리는 저 어린 것 셋의 품

멀어질수록, 제 길을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그들의 품!

―이인구(1958~ )

엊그제는 산길을 걷다가 종종거리는 새끼 네댓 거느린 꿩 일가를 만났습니다. 문득 멈춰 섭니다. 그저 구경꾼일 뿐인데 흐뭇한 건 왜일까요. 아, 장하다. 무사했구나! 그 모습 보면서 눈물짓는 이도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세상은 참으로 미안해해야 합니다. 숲에서, 강가에서 이맘때쯤이면 새들의 새끼들이 둥지를 나섭니다. 그중 가히 아름다운 풍경은 깊은 산속 호수에서의 저 풍경일 듯싶습니다. 오리 세 마리의 새 출발입니다. ‘아무것도 흔들지 않는’ 출발이면서도 끝내 그들은 그 고요로써 자기 삶의 무대인 ‘호수’를 다 품어버리는 ‘유장함’을 가졌습니다. 저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인간사 위에 올려놓아 봅니다. ‘제 길을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품’을 가졌는가? 각자가 만드는 ‘물살’의 성품을 성찰해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