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대 분식회계로 큰 충격을 안겼던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 사건이 두 전직 사장의 대법원 확정판결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재임한 고재호 전 사장은 지난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을 확정받았다. 이보다 앞선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사장을 지낸 남상태 전 사장은 지난 13일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이 5조7000억원대, 남 전 사장이 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다. 이 회사 분식회계가 시작된 시점, 2008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면서 분식회계 규모도 달리 평가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2000억원대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여러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 혐의가 대부분 유죄로 판단된 고 전 사장 측에선 재심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남상태 재판부 "2008 분식회계 인정할 증거 없다"
남 전 사장은 고 전 사장의 전임자다. 고 전 사장 재판부가 설시한 "2008년쯤부터 지속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이었다. 그 역시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 전 사장의 1심 재판부는 "2008 회계연도에는 영업이익 1조를 맞추기 위해 실행예산을 임의로 축소했고, 2009 회계연도에는 2008 회계연도에 있었던 분식회계를 환원하지 않고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분식의 지속 및 가속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배임수재 등 일부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남 전 사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이 무죄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2009년 분식회계의 전제사실인 2008년 회계연도에 대우조선해양이 실행예산의 임의 축소행위를 했다고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2009 회계연도의 분식회계를 2008 회계연도 분식회계의 연장선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09년 사업 대상 전체에 대해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2008년 분식회계가 지속·확대되는 과정을 거쳐 2009년 분식회계가 발생했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2009년 분식회계 규모를 1384억원으로 봤다. 다만 이를 남 전 사장이 인식했거나 용인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항소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먼저 재판받은 고재호…법원 "2008년부터 분식회계 이어져"
고 전 사장의 1심 재판부는 영업 손실을 만회하고, 목표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광범위한 분식회계가 있었음을 알고도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확한 분식회계 규모는 알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재판부는 "2008년쯤부터 지속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검찰의 분식액 산정이 있기 전까지는 실제 회계분식 행위를 한 경영관리팀 직원들조차 정확한 분식 규모를 알지 못했다"고 했다.

고 전 사장의 '책임이 인정되는' 분식회계 규모는 영업이익 1조8624억원, 당기순이익 1조8348억원 규모로 봤다. 고 전 사장이 대표이사 지위 유지와 연임 도모, 성과급 수령 등을 위해 실무진에 의해 이뤄지는 분식회계를 눈감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이 회계분식을 적극적으로 지시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다만 2012년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경영관리팀과 회계팀은 2008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의 부풀린 재무제표를 작성해온바, 대표이사(사장)의 결단에 의해 분식액을 일시에 털어내지 않는 한 회계분식 행위를 지속할 수 밖에 없었다"며 "경영관리팀과 회계팀이 고 전 사장에게 정상적인 결산시의 대우조선해양의 구체적 실적을 단 한 번도 보고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고 전 사장이 분식회계를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허위 재무제표 작성에 관여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다. 다만 일부 사기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9년으로 감형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모습.

◇엇갈린 판단... 후폭풍 이어지나
연결되는 한 사안을 두고 두 재판부의 판단이 갈리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고 전 사장 입장에서는 다시 무죄를 다퉈볼 여지가 생겼다. '2008년부터 이어진 분식회계'로 시작되는 자신의 범죄 혐의가, 남 전 사장 재판에서 없었던 일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고 전 사장 측 변호인 측에서는 재심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을 하려면 형사소송법 420조 5항에 따라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돼야 하는데, 이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도 다시 정비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가 드러난 뒤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돼 15개월 만에 주식거래가 재개됐는데, 이 과정에서 부풀려진 회계가 수정됐었다. 그러나 분식회계가 없었던 것으로 판명나면 이를 다시 재정비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이 분식회계에 따른 주가폭락 등으로 회사 측에 20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사건만 수십 건이다. 이 재판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같은 연결된 사안에 대법원 판단이 달라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빚어질 수 있겠다"면서 "분식회계가 인정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두 전직 사장의 형사적 책임과 별도로 회사 가치 평가에 있어서 여러가지 재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