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서로를 공격 배후로 지목해 중동 내 군사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정부는 이란이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란이 공격의 배후라는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 근거로 "최근 첩보, 사용된 무기,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지식 수준, 최근 벌어진 유사 선박 피격 사건 등을 고려하면 어떠한 대리 그룹도 이번 공격을 시행할 자원과 숙력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2019년 6월 13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유조선이 피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들(이란)의 이유 없는 공격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자 항행의 자유에 대한 노골적 공격이며 용납할 수 없는 활동"이라고 규탄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폼페이오 장관이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란도 이에 지지않고 맞대응했다. 사건 발생 직후 이란 정부는 유조선 피격 사건의 배후가 아니라고 부인한 데 이어 미국 중앙정보국(CIA)와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가 꾸민 일이라고 주장했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내각 대변인은 "중동의 모든 국가는 지역 불안으로 이득을 얻는 자들이 친 덫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이번 일을 서방 세력의 정치적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언 이란 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CIA와 모사드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를 통한 원유 수출을 불안하게 만드는 주요 용의자"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피격된 유조선 2척은 각각 노르웨이와 일본 해운회사에서 운영하는 선적이다. 탑승 중이었던 선원 44명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12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을 포함한 선적 4척이 피격돼 이란과 미국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발생했다. 이번 유조선 피격 사건에서도 미국과 이란은 서로를 배후로 지목하고 있어 중동 내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더욱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