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13일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집회에서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이 필요 최소한의 원칙을 준수해야 할 의무, 공정·중립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경력 지원 일정과 투입 인원수, 차량 통제 방안 등을 한국전력과 논의했으며, 농성자보다 수십 배 많은 경찰력을 투입해 시위대를 체포·연행했다는 것이다. 또 ‘3선 차단’ 방식으로 주민들의 이동권을 침해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조사위는 특히 2014년 6월 밀양 행정대집행 땐 주민이 설치한 움막을 칼로 찢고 들어가 주민이 목에 매고 있던 쇠사슬을 절단기로 끊어내는 등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경찰이 칼·절단기 등 도구를 사용했다고 했다. 옷을 벗은 고령의 여성 주민이 남성 경찰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오는 인권침해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정보 경찰의 업무 역시 공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정보 경찰이 불법행위가 발생하기 전 특정 주민의 이름과 나이, 처벌 전력을 파악하고 전담 체포·호송조를 별도 편성해 마을별로 배치했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경찰의 대응에만 초점을 맞췄고, 시위대의 불법·폭력 행위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밀양시민 10명은 불과 4달 전인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들은 2012년 7월 송전탑 공사 현장 콘크리트 운반 장비에 자신의 몸을 연결해 이동하지 못하게 한 혐의, 2013년 5월 공사 현장 진입로를 막고 있다가 강제 진입하려는 의경들에게 인분을 뿌린 혐의 등을 받는다.
조사위는 이번 밀양 송전탑 관련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찰청장의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조사위는 또 정부에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기준을 실행할 절차적 방안을 강구하고, 주민들의 피해 상황에 대한 실태조사와 치유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2월부터 활동에 돌입한 조사위는 이번 밀양·청도 송전탑 조사 결과 발표를 마지막으로 1년6개월 간의 활동을 마칠 예정이다. 조사위는 그동안 백남기 농민 사망과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 평택 쌍용차 농성,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 등 8개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펼쳤다.
조사위는 2009년 쌍용자동차 불법 파업, 2015년 민중총궐기투쟁대회 당시 집회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 땐 "경찰 진압에 문제가 있었다"며 경찰이 주최 측인 민주노총 등에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을 철회하라고 권고해 논란이 일었다. 조사위는 민변 출신인 유남영 위원장을 비롯해 진보 성향 변호사, 시민 단체 활동가 등 민간 위원이 다수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