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입이 없잖아." 일본의 인기 캐릭터군(群)인 헬로 키티의 주인공 키티 화이트(Kitty White)는 입이 없다. 키티는 새끼 고양이의 애칭으로 1871년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이 출간한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유래했다. 1974년 캐릭터 회사 '산리오'는 일본에서 미국 캐릭터인 스누피(작지만 체구가 다부지고 영리한 수놈 비글 사냥개)가 유행하는 데 대응하여 독창적인 캐릭터 개발에 나섰다.
쓰지 신타로 대표는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고양이 암놈을 의인화하되, 남의 말을 조용히 듣는 이미지 부각을 위해 입을 없애자는 방침을 세웠다. 남을 위한 배려는 입(빈말)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해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여성 디자이너 시미즈 유코가 디자인한 키티 화이트 캐릭터는 입이 없으니 표정도 없다. 작은 눈과 코, 양쪽 뺨의 세 가닥 수염, 쫑긋 세운 귀에 매단 리본 덕분에 친근할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의 감정이 쉽게 이입된다. 1975년 출시된 키티는 이어 개발된 가족(여동생 미미, 아버지 조지, 어머니 메리 등), 친구들과 함께 헬로 키티군을 이루기도 했으나, 인기를 얻지 못한 다른 멤버들은 점차 사라졌다.
헬로 키티 판권의 추정 자산 가치는 20조원이 넘는다. 제품, 옷, 장난감, 만화, 애니메이션 등 미디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해마다 약 4조원 이상 벌어들인다. 11월 1일이면 45세가 되지만 영원히 늙지 않는 헬로 키티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것은 제 주장만을 내세우기 쉬운 요즘 세태 속에서 늘 묵묵히 경청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해줄 것 같은 이미지 덕분이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우리 전통 시조 한 구절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