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반발에 민경욱 "대통령 비판은 모조리 막말인가"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9일 북유럽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공식 논평에서 "불쑤시개 지펴 집구석 부엌 아궁이 있는 대로 달궈놓고는, 천렵(川獵·냇물에서 고기잡이)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민경욱은 막말 수도꼭지"라며 당대변인직 박탈을 요구하고 나왔다. 그러자 민 대변인은 이날 밤 다시 논평을 내 "대통령 비판은 모조리 막말인가"라며 되받았다. 제1야당 대변인이 해외 순방에 나서는 대통령을 향해 외유성 출장을 연상시키는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공격하고, 이에 여당에서 강력 반발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文, 정체성 훼손 역사 덧칠로 갈등 일으켜놓고 현실 도피 나서"

문 대통령은 6박8일 일정으로 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3국을 국빈 방문하기 위해 이날 오후 출국했다. 이에 민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 ‘역사 덧칠’ 작업으로 갈등의 파문만 일으키더니, 국민 정서 비(非)공감의 태도로 나 홀로 속편한 ‘현실 도피’에 나섰다"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식에 김일성 훈장으로 6.25 전쟁 수행의 공훈을 인정받은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며 소환하고, '당당하게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 달라'던 6·25 용사 유족의 응어리진 절규를 무참히 뭉개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수반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조차 회피한 도피의 대가는 가혹할 것이고, 공동체 균열의 틈을 벌린 갈등유발의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고 했다.

민 대변인은 또 "이 시점에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북유럽 외교 순방인가"라고 했다. 이어 "눈에 보이는 것은 북한뿐이요, 귀에 들리는 것은 대북 지원뿐"이라며 "국익을 대변하러 떠난 것인가, 문 대통령 개인의 가치와 이념을 대변하러 떠난 것인가"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6·25 남침에 공을 세워 김일성 훈장을 받은 김원봉을 독립운동 결집의 계기로 평가해 국민 갈등을 일으켜놓고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긴 채 순방에 나섰다고 공격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

◇與 "민경욱, 해외 순방 나선 대통령에 쌍욕보다 더한 저질 막말...토 나올 지경"

그러자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이 북유럽 순방에 나선 문 대통령에게 쌍욕 보다 더한 저질 막말을 퍼부었다"며 반발했다. 이 대변인은 "이걸 공당의 논평이라고 내놓다니, 토가 나올 지경"이라며 "경제 영토와 외교 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정상 외교를 ‘천렵질’이라고 비난하는 한국당은 제 정신인가"라고 했다. "과연 집권 경험이 있는 정당이 맞나. 아예 집권을 포기한 것인가"라고도 했다.

그는 "한국당 대변인의 배설 수준의 막말은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지난달 31일 민 대변인이 헝가리 유람선 사고와 관련해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한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틀기만 하면 막말이 우르르 쏟아지는 '막말 수도꼭지'"라며 "한국당은 수도꼭지부터 바꾸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한국당은 막말 당사자인 민 대변인의 당직을 박탈하고, 민 대변인은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민 대변인은 이 대변인의 이같은 브리핑에 "두 눈 치켜뜨는 것을 충성으로 착각한 대변인의 과도한 대응"이라고 했다. 이어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민주당이야말로 공당(公黨) 자격 상실"이라며 "야당의 정당한 비판을 꼬투리 잡고, 막말로 몰아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악의적 시도가 장탄식만 불러일으킨다"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이) 진실과 사실에 대한 비판을 두고 모조리 막말이라 몰아세운다"면서 "만약 막말이라면 그 말을 불러일으킨 문제 행동이 무엇이었는지도 따져 물어야 균형잡힌 시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1야당 대변인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앞으로도 더욱 가열차고 합리적인 정부여당 비판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순방 나선 대통령 원색적 비난에 민주·한국당 충돌 격화할 듯

민 대변인의 이날 발언은 당 공식 논평을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여당의 강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공당 대변인이 외교 활동에 나선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비난 논평을 낸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통상 해외 외교 활동 중에는 정치적 공격을 자제하는 게 정치권의 관행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민 대변인의 이날 논평이 의도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민 대변인은 이 논평을 내기에 앞서 이날 오전에만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권에서) 4년전 영화 암살자 보고 나서 우리당 사람들 만세삼창했다고 난리네. 항일 영화에 환호했지 전쟁 원흉에 박수쳤냐' '김원봉은 6.25때 우리 양민을 학살하고 자유대한민국을 공격한 원수요, 빨갱이다' 등의 글을 10여건 올렸다.

민 대변인은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헝가리 유람선 참사를 두고 "안타깝다.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했다. 이 발언을 두고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은 정치공세란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대를 지구 반 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선박 침몰 현장에 "속도가 중요하다"며 구조대 파견 지시를 한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 대변인이 잇단 막말은 실수가 아니라 지지층을 선동하려는 분열의 의도가 있다"며 "그냥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선을 넘었다"고 했다. 본지는 민 대변인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시도했으나 전화기가 꺼져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