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대 총선 때 朴에 패한 尹 "그때완 목포 분위기 달라"
朴 "선거는 고개를 치켜들면 진다. 겸손하게 노력하겠다"
손혜원 의원 변수될 수도

총선을 10개월 앞둔 정의당의 목표 중 하나는 비례대표로 당선된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기반을 다져 재선에 성공하는 것이다. '스타급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심상정(경기 고양갑) 의원과 고(故) 노회찬(생전 경남 창원 성산) 전 의원을 제외하면 정의당에서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과제다. 그런데 최근 내년 윤소하(58) 원내대표가 전남 목포에서 민주평화당 박지원( 77) 의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례대표 초선 의원인 윤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연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에 목포 지역구에 출마해 일을 내겠다"고 말했다. 목포시 현역 의원은 목포에서 18·19·20대 총선에서 내리 3선을 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다. 박 의원은 1992년 14대 국회 때 전국구 의원을 한 4선 중진이자, 김대중 정부 때 문화관광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백전노장이다. 더구나 목포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6·7대 국회의원을 한 정치적 고향이다. 그런 목포에서 DJ의 마지막 가신(家臣)으로 꼽히는 박 의원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런데도 정의당 안에선 윤 원내대표의 당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해볼 만 하다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대표 측에선 그가 유년 시절 이후 지금까지 계속 목포에서 활동한 '목포 토박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전남 해남군에서 태어났지만, 중학교 때 목포로 전학한 뒤 목포고와 목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도 목포를 기반으로 광주·전남 지역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벌였다.

윤 원내대표가 공직 선거에 처음 출마한 것은 2008년 18대 총선이다.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로 목포에 출마해 득표율 5.53%를 얻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 의원과 통합민주당 정영식 후보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통힙진보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하기는 했지만 득표율 16.29%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출마한 박 의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16년 20대 총선 때 정의당 비례대표 4번으로 당선됐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목포를 매주 찾아 지역 기반을 다져 왔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그러나 박 의원은 목포에서 연거푸 3선을 한 강자다. 18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나와 53.5% 득표율을 올렸고 19대 때는 71.1%란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20대 때는 56.3%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윤 원내대표 측에선 박 의원이 현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19대 총선 때와 비교해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한 20대 총선 때 득표율이 15%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점을 주목하고 있다.박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당선될 때는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시절이었다. 당시 국민의당은 광주·전남·전북 전체 의석 28석 중 23석을 거머쥐었다. 정의당 관계자는 "20대 총선 때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갈라지면서 분열된 측면을 감안해도 박 의원 지지세가 꺾인 흐름이 있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더구나 현재 정당 지지율에서 정의당이 평화당에 앞서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6명에게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광주·전라 지역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64%로 1위였고, 이어 정의당이 12%로 2위를 기록했다. 평화당 지지율은 2%에 그쳤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윤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2012년 낙선했을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예상 외의 분위기"라며 "또 광주·전남이 민주노동당 때부터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고, 지금 정의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피로도가 있고, 대체할 수 있는 진보개혁 정치인이 '윤소하'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 낙선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한 손혜원(무소속) 의원의 향방도 변수다. 손 의원은 올 1월 목포 부동산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박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손 의원은 이 과정에서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칠 방법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도시 재생에 뜻 가진 후보가 있다면 그분 유세차를 함께 타겠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을 상대할 정치인이 눈에 띄면 돕겠다"고도 했다.

윤 원내대표도 이 점을 파고들 기세다. 그는 손 의원이 말하는 '도시 재생'에 뜻을 같이 한다. 윤 원내대표는 "(목포에서) 시민운동을 할 때 역사문화거리를 조성하자고 했다"며 "손 의원이 정확한 시각으로 목포를 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의원의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물론 손 의원이 윤 원내대표를 지지할지는 불투명하다. 손 의원 측 관계자는 "손 의원이 민주당에서 탈당하기는 했지만, 당시 발언은 민주당 후보가 다음 총선에서 이기게 하겠다는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목포시지역위원장은 우기종 전 전남 정무부지사다. 우 위원장은 전남 신안군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를 거쳐 통계청장을 지냈다.

평화당에선 "누가 뭐래도 목포는 박지원"이라는 분위기다. 박 의원도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에 지역구에 내려갔다가 월요일에 국회로 돌아옴)'란 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지역구 관리에 힘을 쓰고 있다. 평화당 관계자는 "박 의원은 오만하면 유권자에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것을 아는 정계의 백전노장"이라며 "낮은 자세로 수성(守城)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 본인도 윤 원내대표의 도전에 대해 KBS광주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 출연해 "여러 분이 저에게 도전하고 있고, 이미 윤 의원과는 두 번 선거를 해봤다"며 "선거는 고개를 치켜들면 진다. 겸손하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손 의원이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목포 여론이 반드시 손 의원 주장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고 했다.

지난 1월 23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전남 목포시 나전칠기박물관 예정부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기위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입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