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神)'이 또 '황제'를 눌렀다.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33·세계 2위·사진)이 7일 프랑스 오픈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38·3위)를 3대0(6-3 6-4 6-2)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두 선수가 39번째로 맞대결한 이번 승부는 예상을 깨고 2시간 25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결승에 오른 나달은 12번째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프랑스 오픈 통산 92승2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하는 클레이코트의 강자답게 페더러와 벌인 이 대회 6번 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메이저 대회 통산 20승에 빛나는 페더러는 4년 만에 프랑스 오픈에 복귀, 2009년에 이어 10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노렸으나 나달의 벽을 넘지 못했다.

두 전설이 마주 선 센터 코트엔 초속 6~7m 강한 바람이 불었다. 공은 종잡을 수 없는 궤적으로 날아갔다. 경기는 나달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팬들은 패자인 "로저"를 크게 외쳤다. 어쩌면 다시 이 코트 위에서 못 볼지 모르는 황제를 위한 인사였다. 나달은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32·세르비아)와 도미니크 팀(26·오스트리아·4위)의 준결승전 승자와 9일 결승에서 만난다.

여자 단식 결승전은 호주의 애슐리 바티(23·세계 8위)와 체코의 마르케타 본드루소바(20·38위) 대결로 성사됐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 대회 단식 결승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티는 7일 열린 4강전에서 만 17세인 미국의 아만다 아니시모바(51위)에게 2대1로 역전승했다. 2001년 8월생인 아니시모바는 남녀를 통틀어 메이저대회 단식 4강에 진출한 최초의 밀레니엄 세대(2000년대 출생)로, 8강전에서 작년 챔피언인 루마니아의 시모나 할레프(28·3위)를 2대0으로 완파해 화제를 모았다. 바티는 1세트를 내줬지만 두 세트를 연달아 따내는 집중력으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본드루소바는 또 다른 4강전서 영국의 조안나 콘타(28·26위)를 2대0으로 물리쳤다. 여자 단식 결승은 8일 오후 10시에 열린다. 바티는 앞서 본드라소바와 두 차례 대결해 모두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