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 육체파’를 소재로 10년 전쯤 문학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시인과 소설가 세 명이었는데, 삼총사 모두 남성 문인이었죠.
오늘은 여성 육체파를 소개할 수 있어 반갑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정유정. 그렇습니다. 출세작 ‘7년의 밤’을 썼고, 최근 신작 장편 ‘진이, 지니’(은행나무 刊)로 돌아왔죠.
며칠 전 서울 한남동 인터파크 서점에서 정유정 북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작가를 오래 취재한 인연으로 사회를 보게 됐는데, 행사 끝난 뒤 뒤풀이에서 잽 던지듯 이야기 한 토막을 툭 던지더라고요. 글은 영감이 아니라 근육으로 쓰는 거라고. 엉덩이로 쓴다는 작가는 들었지만, 근육으로 완성한 글이라니.
무슨 소리냐 물었더니, 원고를 쓴 2년 동안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는 겁니다. 그것도 하루 3시간씩. 이두와 삼두, 심지어 활배근까지 보여줄 기세더군요. 그러고 보니 이전에 ‘28’과 ‘종의 기원’을 쓸 때는 수영과 권투였다는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개근한 피트니스 센터의 코치가 국가대표 출신이라는데, 작가를 수제자로 격상시키며 시니어 대회 출전을 강권했다는군요. 컨디션이 절정에 이른 작가는 ‘머슬 마니아’ 대회를 고려 중이라며 호기를 보였습니다.
이제는 장년이 되었지만, 10년 전 문단 육체파 삼총사는 거구의 쾌남들이었습니다. ‘문단의 테리우스’라고 불리던 소설가 한창훈, 인생살이 힘들다는 후배 작가를 두 손으로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려 결국 웃게 만들었다는 시인 유용주, 그리고 이 두 명의 거구를 팔씨름으로 제압한다는 시인 이정록. 선배 시인 신경림은 늘 즐겁게 어울려 다니는 이 삼총사를 보며 ‘힘을 쓰지, 왜 글을 쓰나’라고 농담을 했다곤 하죠.
문학의 위기와 소멸을 말하는 시대지만, 저는 ‘문단 육체파’의 근육 에피소드에 새로운 에너지가 있다고 믿습니다. 위기는 각고의 노력과 진지함으로 돌파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완전히 다른 흥에서 기운을 얻기도 하죠.
정유정은 이런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폭풍이 부러뜨린 나무둥치에 붙어 있던 어린 매미. 마침 투명한 녹색 몸이 갈라진 허물을 벗어나는 중이었다죠. 진창에 처박히기도 여러 번. 하지만 마침내 접힌 날개를 펴고 하늘로 푸르르 날아올랐답니다. 각설하고, ‘문단 육체파’의 근육 문학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