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테크발(發) 신냉전 시대로 휩쓸려가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중국이 '화웨이 지지국' 규합에 나서면서, 세계 각국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5일(현지 시각)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른바 '화웨이 지지 동맹'을 맺었다. 두 정상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국 화웨이와 러시아 통신업체 MTS 간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계약 체결식에 참석했다. 러시아가 미국이 반대하는 화웨이 장비로 5G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로써 반(反)미국 진영의 한 축이 명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외에 인도·아프리카·동남아 국가는 화웨이와 계약을 맺고 있다.

반면 미국의 반(反)화웨이 캠페인에는 호주·일본 등 기존 동맹국이 가세했다. 미국은 영국 등 유럽 각국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의 5G 장비 채택 여부가 어느 진영에 속했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된 것이다. 앞으로 우주개발, 인공지능과 같은 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군사·외교 동맹으로까지 확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 끼였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한국은) 미국의 바람에 따라 (화웨이 배제에) 동참할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지난 4일 나오자, 바로 다음 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반화웨이 동참을 우리 기업들에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민간 기업 문제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말만 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시가 떨어진 뒤에야 '미·중 관계 전담팀' 신설 작업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