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3)씨 ‘집사’ 역할을 해오다 2016년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잠적했던 데이비드 윤(51·한국명 윤영식)이 네덜란드 사법당국에 체포돼 구금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윤씨는 ‘최씨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해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을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지정되도록 돕겠다’며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최순실씨 최측근 인사로 불리는 데이비드 윤씨(왼쪽 흰 동그라미).

5일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이 같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중지돼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던 윤씨는 지난 1일 네덜란드 당국에 체포됐다.

검찰은 지난 2017년 12월 헌인마을 개발비리 사건을 수사한 뒤 윤씨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모씨를 기소했다. 한씨는 지난 4월 징역 3년6개월에 추징금 1억5000만원이 확정됐다. 한씨는 부동산업체로부터 이런 청탁을 받은 뒤 50억원을 받기로 하고 착수금 명목으로 먼저 3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개발업자의 이런 청탁은 윤씨와 한씨를 거쳐 ‘최순실→박근혜 당시 대통령→안종범 당시 경제수석→국토교통부’의 경로로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실제 최씨는 2016년 4월 윤씨에게 ‘부탁한 건 지금 검토 중’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박 전 대통령이 5번에 걸쳐 국토교통부에 헌인마을을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지정하는 것을 안 전 수석에게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은 안 전 수석의 수첩 속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같은 해 7월쯤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 사업은 무산됐다.

윤씨는 최씨와 딸 정유라(23)씨의 독일 생활을 도운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방독(訪獨)시 통역을 맡기도 했다. 윤씨는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말을 선물하는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지원 과정을 숨기기 위해 삼성이 처음 제공한 말 세 마리를 다른 말 세마리로 바꾼 이른바 ‘말 세탁’ 과정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삼성과 최씨 사이의 '말 거래' 과정에 관여하고 이와 관련한 범죄수익 은닉에도 가담한 정황이 나와 있는 상태"라며 "조속히 국내로 송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