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하자마자 대표팀에 가게 됐고. (중략) 소중함을 모르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고…."

부상당한 권창훈 대신 추가로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울산 현대 김보경이 지난 3일 오후 경기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풀고 있다.

울산 현대의 공격형 미드필더 김보경(30)은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10분 남짓한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아쉬움과 반성이 담겨 있었다. 그날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발표한 국가대표 25명 명단에 김보경은 빠져 있었다. 김보경은 '미드필더로서 내 자리가 없구나.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패는 부끄러운 게 아니고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약'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흘 뒤 프랑스 디종에서 뛰는 권창훈(25)이 목뼈 골절로 빠졌고, 그다음 날 김보경이 대체 선수로 발탁됐다. 시련을 쓴 약으로 받아들자마자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 8강 멤버였던 김보경은 한때 '박지성의 후계자'로 불렸다. 창의적인 움직임, 뛰어난 축구 센스가 박지성과 닮았다. 또 박지성처럼 일본 J리그에서 데뷔했다. 김보경은 2010년 21세 나이에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에도 들어 박지성과 한솥밥도 먹었다. 이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카디프시티로 이적했다. 2014년엔 선수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으로부터 직접 후계자 '공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김보경은 박지성과 달리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대표로 뽑혀 두 차례 출전했지만 경기력이 저조했다. '발전이 없다'는 비판 속에 이후 거쳐 가는 팀마다 하부 리그로 강등되는 바람에 '강등 전도사'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얻었다.

김보경은 올해 K리그 울산에서 절치부심했다. '다시 대표팀에 들고 싶다'는 열망 아래 올 시즌 13경기에 출전해 5골 4도움을 올렸다. 소속팀 울산은 현재 10승3무2패(승점 33)로 K리그 2위다. 결국 그는 극적으로 명예 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이른바 '추가 합격'으로 들어간 그가 대표팀에 자리 잡기 위해선 오는 7일 호주전과 11일 이란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보경은 지난 3일 "냉정하게 말해 난 아직 부족하다. 그래도 활약을 인정받아 기쁘다"며 "나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싶다. 경쟁하기보단 기존 선수들과 잘 융합돼 시너지를 내겠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 36번째 A매치 이후 멈췄던 그의 국가대표 시계가 1년8개월 만에 다시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