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빈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몸에 손을 대 왕실 예법을 어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저녁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결례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뒤를 이어 연설할 때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왕위를 이어받기 전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여성 국방군에 들어가 군용 트럭 운전사로 복무했던 것을 언급했다.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향해 "위대한 여성"이라며 "(미국과 영국의) 영원한 우정"을 위한 건배를 제안했다.

영국을 국빈방문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함께 2019년 6월 3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국빈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건배를 위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왼쪽 팔로 여왕 등을 살짝 감싸는듯한 동작을 취했다. 이 행동이 문제가 됐다. 영국에서는 왕실 가족과 악수 외 다른 물리적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 예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타임스는 "보통 이런 동작은 지지와 애정, 존경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비판론자는 왕실 예법을 어겼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손이 실제 여왕 등에 닿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2009년 버킹엄궁을 찾아 여왕 어깨에 손을 얹고 한쪽 팔로 껴안았다가 예법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여왕은 언짢아하지 않은 채 오른팔로 미셸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 어색한 분위기를 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도 왕실 예법을 어겨 논란을 빚었다. 당시 영국 실무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왕실 의장대를 사열할 때 여왕보다 조금 앞서 걸었는데, 여왕보다 앞서는 건 왕실 예법에 어긋나는 행위로 간주된다.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도 공식행사에서 여왕의 두 걸음 뒤를 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빈만찬에 앞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로열 갤러리’에서 미국과 관련된 수집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곤경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영국 방문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합금 말 조각상을 선물했는데, 여왕이 선물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이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한 것이다. 옆에 있던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해 여왕께 드린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숨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