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카와현에 있는 시가원자력발전소는 540㎿ 용량의 중형 발전소이다.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 정도 규모이다. 이 발전소는 온배수를 시간당 약 750t 쏟아내는데 이 따뜻한 물을 버리지 않고 소중한 자원으로 재활용한다. 온배수는 화력 또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전 설비를 냉각한 후 배출되는 따뜻한 물이다. 시가발전소에 따르면 온배수는 주변 양식장에 제공돼 새우나 전복 등 어류 종자 생산과 양식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 인근 3만㎡ 크기의 후로리 꽃박물관도 이 발전소의 온배수를 받아 다양하게 쓰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온배수는 환영받는 자원이다. 프랑스 동피에르 발전소는 과일과 꽃 등 재배 농가에 제공하고 있는데 그 농지가 120㏊에 이른다. 쉬농 발전소 인근 지역은 주변 농가에서 온배수를 활용해 재배하는 토마토가 연간 3000t에 이른다고 한다. 이 밖에도 온배수는 가정용 지역 난방, 목재 건조 등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온배수 활용은 공간적, 사회 인식적 요인으로 활용에 제약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이용 폭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온배수는 에너지 자원 절약과 이산화탄소 감축, 미세 먼지 예방 등 '일석삼조' 효과를 낼 수 있다.
2014년 기준 국내 발전소가 배출하는 연간 온배수량은 290억t을 넘는다. 매일 0.8억t이 쏟아진다. 이번에 필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화력발전소의 온배수를 에너지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전체 시설 농업 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약 18.7배에 해당한다. 이 중 온배수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 등을 뺀 실제 활용 가능한 에너지양만 따져도 5배 이상은 될 것이다. 이 정도 난방을 공급하는 데 석유를 쓴다면 약 5조~6조원이 들 것이다.
온배수 활용은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발전소의 온배수를 농·수산업 난방에 사용할 경우 이론적으로 연간 16Mt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 이는 국내 온실가스 총발생량의 2.5%,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발생량의 78%에 해당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배출권 거래 가격으로 환산하면 3000억원이 넘는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우리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미세 먼지를 줄이는 데도 효과가 좋다. 같은 면적의 온실 난방에 대해 온배수를 사용하는 것이 난방유를 사용하는 것보다 미세 먼지는 50%, 초미세 먼지는 83% 저감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필자 연구 결과 밝혀졌다. 같은 방법으로 양식장에 온배수 난방을 적용하면 미세 먼지는 70%, 초미세 먼지는 90%까지 저감할 수 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후 발전소 폐기는 연간 813t의 초미세 먼지 감축이 가능하다. 이는 국내 미세 먼지 총량의 0.8%에 불과하다. 하지만 온배수를 양식장 난방에 활용한다면 국내 미세 먼지 발생 총량을 약 1~2%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미세 먼지 대책에 엄청난 돈과 자원을 투입하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과 대책이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