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를 일으킨 가해 선박이자 대형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號)가 추월 의사를 알려야 하는 운항 규정을 어겼다는 당시 현장 인근에 있던 다른 선박 선장의 증언이 나왔다. 앞서 침몰한 유람선 사주가 바이킹 시긴호가 교신 없이 추월했다고 지적한 데 이어 또 다른 증언이 나온 것이다.

2일(현지 시각) 선박 추돌 사고를 당한 ‘허블레아니’호 침몰 당시 인근에서 다른 선박을 운항했던 졸탄 톨라니 선장은 헝가리 방송 TV2와 인터뷰에서 "바이킹 시긴호 선장이 앞서가던 허블레아니호를 추월하려 하면서도 허블레아니호 선장에게 무선으로 추월 경고를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내가 무선 교전을 계속 들었는데 바이킹 시긴호가 경고 없이 허블레아니호에 다가가더니 들이받아 침몰하게 했다"고 했다. 라디오 주파수 여러 개를 틀어놓고 듣고 있었지만 바이킹 시긴호 선장이 추월 의사를 알리는 무전 교신 내용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①지난 29일 밤(현지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부근. 한국인 관광객이 탄 허블레아니호(앞쪽 작은 선박)가 상류 방향으로 시속 7.6~7.8㎞로 이동하는 가운데 바이킹 시긴호(뒤쪽 큰 선박)가 시속 12.2~12.4㎞로 접근. ②바이킹 시긴호, 오른쪽 뱃머리로 허블레아니호 왼쪽 선미(船尾) 추돌. 허블레아니호 선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급하게 회전. ③25배 무거운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 선체를 수면 아래로 내리누르며 전진. 허블레아니호 7초 만에 침몰, 바이킹 시긴호는 사고 지점 이탈. ④바이킹 시긴호 10여초 후 후진해 사고 지점에 돌아왔지만 적극적 구조 활동하지 않음.

무선 교신은 다른 인근 선박도 모두 들을 수 있다고 TV2는 전했다. 다뉴브강 야경을 관람하기 위해 운항하는 선박이 공통으로 쓰는 무전 채널도 있다.

툴라니 선장은 바이킹 시긴호 선장이 무선 교신을 한 건 허블레아니호와 추돌한 뒤라고 했다. 그는 "(바이킹 시긴호) 선장은 앞서가는 배를 추돌한 뒤에야 무전 통신에 들어왔다"라고 했다. 바이킹 시긴호 선장이 여러나라 언어를 섞어쓰며 횡설수설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영어와 독일어, 러시아를 한 문장에 섞어 사용해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헝가리 선박 안내를 듣고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다"고 했다.

앞서 허블레아니호 운영사 파노라마데크의 사주인 스턴코 어틸러 회장도 바이킹 시긴호가 교신 규정을 지키지 않고 추월을 시도해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툴라니 선장이 어틸러 회장과 같은 증언을 한 셈이다.

어틸러 회장는 바이킹 시긴호가 교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전기록에 남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야경 투어를 위해 한 방향으로 많은 선박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다른 배를 추월해 운항하려면 두 배 사이에 교신을 먼저 주고받아야 한다.

바이킹 시긴호 선장이 구속된 주요 사유는 교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점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 오리고(ORIGO)는 전했다. 오리고에 따르면 부다페스트 수역 교통신호 체계상 뒤따르는 선박은 앞서가는 선박을 추월할 때 반드시 무전으로 교신해야 한다. 그러나 바이킹 시긴호 전자항해시스템 등에 기록된 자료에는 교신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바이킹 시긴호를 소유한 바이킹 크루즈는 이와 관련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이나호와 충돌 직후 후진해 사고 지점에 왔다가 다시 항해한 영상이 드러나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밤 발생한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로 한국인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실종된 상태다. 허블레아니호에는 한국인 관광객 30명, 여행사 직원 1명, 가이드 1명, 사진작가 1명 등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선장과 직원 등 총 35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7명만이 생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