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31일부터 열리는 아시아안보희의에서 미·중 양측으로부터 사드·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6월 말 G20 정상회의에선 화웨이 문제와 함께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놓고 '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난감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우리 정부에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과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지지를 요구했다. 사드 조기 배치 요구도 수차례 했다. 중국은 장하성 주중 대사가 일대일로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국방부는 미군의 사드 조기 배치 요구에 대해 "성주 기지에 대한 일반 환경 평가 결과에 의거하여 결정될 것이며 미측과 상호 협의하에 추진 중"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사드 문제는 미·중 갈등에 한국이 직접 피해를 본 첫 사례나 마찬가지"라며 "이 문제는 언급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우리 입장을 조기에 정하지 못하면 미·중 양측에 하염없이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문제들"이라며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3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미·중 관계의 전개는 무역 분쟁이나 화웨이 문제를 뛰어넘는 광범한 영향을 우리에게 줄 것"이라며 "외교부에 미·중 관계를 본격적으로 담당하는 전담 조직을 두는 문제를 검토해 달라"고 했다.

이 총리는 "지금도 담당자가 있지만, 본격적으로 담당하기에는 미흡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의 전개에 관한 정보와 인식을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공유하고 협조하는 데 더 접근 용이한 조직과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