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를 창업한 함태호(1930~2016년·사진) 회장은 군인 출신이다. 나라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굶주린 국민을 위해 식품산업을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낀 그는 소령으로 군을 전역한 후 1959년 인공 감미료와 식품 첨가물을 만드는 조흥화학에 입사했다. 10년 동안 기획, 영업, 재무 등을 두루 경험한 그는 독립을 꿈꿨다.
1969년 함 명예회장은 풍림상사를 설립하고, 서울 영등포에 작은 공장까지 마련했다. 그해 5월 5일 첫 제품으로 오뚜기 카레를 선보였다. 이후 수프, 케첩, 마요네즈, 식초를 연이어 내놓은 함 명예회장은 1980년대 후반에 청보식품을 인수하며 라면 사업에 진출하고, 참치, 즉석밥 시장으로 지평을 넓혔다.
함 명예회장은 그림자 같은 경영인이었다. 제품과 브랜드를 내세우고 본인은 항상 한발 물러서 있었다. 함 명예회장은 항상 나라가 우선이라는 마음을 품고 살았다고 한다. 오뚜기는 회사 차원의 월례 조회와 행사에서 반드시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한다. 오뚜기에서 애국가 제창 생략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함 명예회장은 1996년 개인 재산을 출연해 재단법인 오뚜기재단을 설립했다. 1997년 5개 대학 14명의 장학금 지원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총 800여명의 대학생에게 55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함 명예회장은 2005년 소유하고 있던 오뚜기 주식 3만 주(315억원 상당)를 장애인복지재단인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도 시작했다. 2016년 9월 함 명예회장이 영면에 들기 전까지 그가 품에 안은 어린이는 4265명에 달했다. 함 명예회장의 빈소에 유독 어린이와 청년이 많았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