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3~4% 인상설이 흘러나온 가운데, 내년에 최저임금이 4%만 올라도 전체 임금 근로자 5명 중 1명의 임금을 올려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최저임금이 29% 급등한 상태라, 내년엔 이보다 소폭인 3~4%만 올려도 전체 임금 근로자(약 2004만명) 가운데 415만~429만명의 임금을 올려야 할 정도로 충격파가 클 것이란 뜻이다.

본지가 29일 국회 기획재정위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최저임금이 3~4% 인상될 경우 '최저임금 영향률'(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이 올라야 할 근로자 비율)은 20.7~21.5%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권에 있는 사람들의 임금을 4%만 올려줘도 자영업자와 기업에 3조원 가까운 임금 부담이 추가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2년간 최저임금 크게 올라 조금만 올려도 큰 부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대해선 정부·여당에서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최저임금이 이미 2년 연속 급등한 터라 이전보다는 소폭인 3~4%만 올려도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추경호 의원실 분석 자료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이 현행 8350원에서 8680원으로 4% 오를 경우 인상된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임금 상승을 시켜줘야 할 임금 근로자는 총 429만명에 이른다. 현행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 381만명에, 올해 최저임금(8350원)과 같거나 8680원 미만을 시급으로 받는 근로자 47만여명을 합친 숫자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권에 있는 429만명의 임금을 단순히 최저임금 상승분(4%)만큼만 올려줘도 2조9500억원의 인건비 부담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이들이 모두 하루 8시간, 주 40시간(소정 근로시간) 근무하고 시급을 330원 올렸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추 의원실은 이들의 임금을 내년 법정 최저임금에 맞춰준다면 추가로 발생하는 부담은 무려 17조1616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재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381만명이나 되기 때문에 이들의 임금을 법정 최저임금에 맞추면 임금 인상 폭이 훨씬 늘어나는 것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은 이만한 인건비 부담을 감내하든지,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범법자로 전락하는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 오를 경우 그 영향을 시장이 견딜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탁구공의 4%와 농구공의 4%는 같은 4%라도 그 '출발점'이 달라 절대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최저임금을 3~4% 올린다고 해도 과도한 노동비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종이 크게 늘 수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충격은 소규모·서민 업종에 집중

내년도 최저임금의 추가 상승은 '최저임금 취약 지대'로 꼽히는 소규모·서민 업종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내년 최저임금 4% 인상을 가정했을 때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의 거의 절반(46.8%)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할 대상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별로는 19세 미만의 70.5%는 최저임금 인상 대상이다.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점업(58.9%), 건물 청소원·아파트 경비원 등과 같은 사업시설관리업(30.7%)이 직격탄을 맞는다. 결국 영세 업종에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집중되면서 최저임금의 추가 상승은 일자리 취약층의 실업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추경호 의원은 이에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와 같은 수준에서 동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하며, 만약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면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업종별 차등 적용도 반드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소상공인도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오히려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달 전국 소상공인 7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8%가 '2020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32.1%, '업종·지역별 차등을 둬야 한다'는 26.1%였다.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3.7%에 불과했다.

이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마련한 '중소기업 간담회'에서도 중소기업 대표들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주 52시간 적용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중소기업 간 업종별·규모별 편차가 더욱 커졌다"며 "이미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이라는 점에서, 단일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보다는 기업 현장의 수용도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