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장하성 주중 한국 대사 등) 7개국 대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일대일로(一帶一路)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 봉쇄 조치 등 미·중 갈등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주중 대사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충돌하는 '일대일로'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시진핑과 환담 중인 장하성 주중 한국 대사 - 장하성 주중 한국 대사가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장 대사는 이날 차드·콜롬비아·체코·스위스·노르웨이·스웨덴 대사와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提呈)했다. 시 주석이 환담 자리에서 대사들에게 "일대일로 건설에 함께하길 원한다"고 하자, 일부 대사가 이에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중국 외교부는 "(한국 등) 외국 대사들이 (지난 4월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 협력 정상포럼의 성공적인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 참여해 상호 이익과 협력을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는 29일 "중국 측 발표는 장 대사 이외 다른 대사의 환담 내용을 통틀어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사는 일대일로 참여 의사를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장 대사와 시 주석의 환담은 양국 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취지의 간단한 내용이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말에도 이낙연 총리가 리커창 중국 총리에게 "한국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논란이 됐다. 외교가에선 "미국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중국의 일방적 발표 행태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일대일로에 대해 "우리 정부의 '신남방·신북방정책'과 각국·지역의 구상 간의 접점을 모색하고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