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에 맞서, 중국 정부가 대미(對美) 희토류 보복 카드를 발동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중국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28일 심야에 공표한 발표문에서 "누군가 중국산 희토류로 만든 제품으로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 한다면 간저우(贛州·중국의 희토류 생산 기지) 주민들과 모든 중국 인민이 결코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문은 "희토류가 중국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미국에 대한 보복 무기가 될 수 있느냐"는 매체의 질문에 발개위 핵심 관계자가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희토류는 전기·전자·촉매·광학·초전도체 등에 쓰이는 희귀 금속으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미국은 전체 희토류 수입량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자가 미국을 겨냥해 사실상 희토류 무기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개위는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 '작은 국무원'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로이터 통신도 29일 발개위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은 희토류 수급에 있어 중국 국내 수요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다만 다른 나라들의 합리적인 수요는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해 각 나라를 줄 세우기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 미·중 무역 협상 중국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대동하고 간저우 소재 희토류 생산 업체를 시찰했다. "희토류는 중국의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고 한 당시 시 주석의 발언은 미국에 대한 경고로 풀이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희토류 카드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여 년 전 희토류 수출 쿼터를 도입했다가 2015년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규정 위반 판결을 받고 폐지한 전례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번에 또다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다면 미국·유럽·일본 기업과 얽혀 있는 자국 내 산업 사슬도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중국은 위험한 공급처'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국가적으로도 신뢰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FT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