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에미레이트항공의 한국지사에서 일하며 6년간 362억원을 빼돌린 5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김연학)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1)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김씨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에미레이트항공 한국지사에서 재무관리부장으로 근무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국내 한 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자금을 예치했다. 이 과정에서 1600만원 미만의 금액은 김씨와 지사장이 서명한 송금요청서만 있으면 출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넘는 금액은 본사 임원의 서명이 추가로 있어야 했다. 김씨는 이 허점을 이용했다. 지사장의 서명을 위조해 6년간 2481차례에 걸쳐 총 362억여원을 빼돌렸다.

김씨는 이렇게 횡령한 돈으로 고급 시계나 고급 승용차를 구매하거나, 부동산·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 국적의 지인을 통해 미국으로 거액을 송금한 뒤 부동산을 구입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2년 8월 해외로 도주했으나 7년 만인 지난 2월 체포됐다.

이후 김씨가 자발적으로 피해를 본 항공사에 변제한 돈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랍에미리트항공 한국지사는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김씨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했고 부동산, 골프회원권, 예금채권 등 34억여원만 회수했을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에미레이트항공은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추가로 지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 어렵고 진지하게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며 "아랍에미리트항공이 강력한 처벌을 원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김씨가 가입한 책임 보험 계약을 통해 에미레이트항공이 2495만달러(297억여원)를 지급받은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