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일가족 사망사건 부검 결과
父, 목에서 찌른 상처와 주저흔… 딸에게선 '방어흔' 나와
경제문제로 가족 살해 후 극단적 선택 추정
경찰 "흉기 유전자 감식 의뢰해 경위 밝힐 것"

경기 의정부 일가족 3명 사망 사건의 사망자 중 한명인 아버지 A(50)씨의 몸에서 주저흔(躊躇痕)이 발견됐다. 주저흔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 한번에 치명상을 만들지 못해 남긴 상처를 뜻한다. 경찰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씨가 아내 B(48)씨와 고등학생 딸 C(18)양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의정부경찰서는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의 목에서 칼에 찔린 상처와 함께 주저흔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과수 부검을 의뢰한 결과 "숨진 아버지 A씨의 목에서 찔린 상처를, 아내 목에서 베인 상처가 사망 원인으로 보인다"는 1차 구두소견을 받았다고 했다. 경찰은 또 "딸은 배의 자창(刺創·흉기에 찔린 상처)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부검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아내의 시신에서는 주저흔이나 방어흔(防禦痕·가해자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생긴 상처)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딸의 손에서는 방어흔이 발견됐다.

21일 오후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앞에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다.

A씨 몸에서 주저흔이 발견됨에 따라 사건의 진상은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극단적 선택으로 기울고 있다. 경찰은 아파트 1층 출입구와 엘리베이터의 폐쇄회로(CC)TV 녹화영상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외부 침입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A씨 가족은 사건 발생 직전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7년 전부터 목공 작업소를 운영한 A씨는 수금 문제 등으로 억대의 빚을 지게 돼 최근에는 집을 처분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버지가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흉기의 유전자 감식을 국과수에 의뢰한 상태, 이르면 2~3일 정도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살아남은 중학생 아들 D(15)군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D군은 경찰조사에서 "늦은 새벽 자신의 방에서 잠이 들었다가 오전 11시쯤 일어나 보니 가족들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D군에 대한 심리 상담 지원 등을 병행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일 오전 11시 33분쯤 의정부시 한 아파트 집 안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실을 모른 채 방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들 D군이 뒤늦게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다량의 혈흔과 피 묻은 흉기를 발견했다. 유서는 따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