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22)과 강채영(23)은 현재 양궁 세계랭킹 남녀 1위다. 이우석은 지난해 10월, 강채영은 이달 생애 처음 랭킹 최정상에 섰다. 16일 진천선수촌 양궁장에서 만난 둘에게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세계 1위요? 그보단 한국 3위(남녀 대표팀 정원이 각 3명)가 더 어렵고 값지죠."
한국 양궁은 자타 공인 세계 최강이다. 이번 시즌 치른 두 차례 월드컵(리커브)에서 금메달 7개를 휩쓸었다. 특히 강채영은 두 차례 개인전 포함해 금메달 5개를 손에 쥐었다. 이우석도 개인전 금1·은 1개 등 5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 리우올림픽 양궁 전 종목 석권(금 4개)의 신화를 썼던 김우진(27), 장혜진(32)에 이어 둘은 대표팀 새 에이스로 성장했다.
신궁(神弓) 선배들이 그랬듯 강채영과 이우석도 고교 무대를 평정하고 국가대표가 됐다. 순탄했던 선수 생활은 리우올림픽 선발전을 계기로 달라졌다. 두 사람은 당시 최종 선발전에서 나란히 4위에 오르며 남녀 3장씩 주어졌던 티켓을 아쉽게 놓쳤다.
특히 강채영은 자신보다 1점을 더 얻어 선발전 3위로 올림픽에 나서게 된 선배 장혜진의 품에서 울었다. 그는 "학교 운동회에서도 4등은 볼펜 한 자루 못 받지 않나. 눈앞에서 기회를 놓치고 나니 한때 활 쏘는 게 두려워졌다"고 했다.
이우석은 좀 더 담담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선발전 때도 아쉽게 탈락했던 그는 "(올림픽에) 꼭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돼 내 발목을 잡았다. 선발전 탈락 후엔 차라리 빨리 휴가를 떠나고 싶었다"고 했다.
양궁은 멘털 운동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춘 강채영과 이우석은 생각을 달리하며 다시 일어섰다. 강채영은 "2016년 출전한 세계대학선수권에서 '그냥 막 쏴보자'란 생각으로 시위를 당겼는데 3관왕을 했다. 집착을 버리니 더 나답게 활을 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우석의 전환점은 상무 입대(2018년 2월)였다. "양궁이 제일 힘든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군에 가서 이런저런 일을 경험하니 양궁만큼 쉬운 게 없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무조건 활만 열심히 쏘기로 했습니다." 이우석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인전 결승에서 김우진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금메달을 땄다면 병역특례로 조기 전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우석은 "군대가 나쁜 곳이 아니다. 남은 군 생활 성실히 하겠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양궁은 매년 선발전을 열어 대표팀을 새로 꾸린다. 수년째 국가대표로 뛰는 두 사람이지만 매번 피 말리는 선발전을 치를 때마다 극심한 두통을 겪는다고 한다. 도핑이 걱정돼 약도 마음대로 못 먹는다. 강채영은 "세계 1위여도 국내 대회에선 1회전에서 탈락할 수 있는 게 한국 양궁"이라며 "선수 간 실력 차가 종이 한 장보다 더 얇아 경기 당일 컨디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3년 전 한으로 남았던 올림픽 선발전 4등. 두 사람은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태극마크에 도전한다.
"간절함은 그 누구보다 큽니다. 절실한 만큼 준비도 더 철저히 해야죠."(이우석)
"저를 알릴 수 있는 꿈의 무대에 꼭 나가고 싶습니다."(강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