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 올2월 丁 만나 "종로로 이사"
丁 "지역구 주고말고 하는 거 아냐"

정세균 전 국회의장(왼쪽)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1월 청와대에서 나온 뒤 서울 종로 지역구 의원인 정세균(민주당) 전 국회의장을 만나 "종로로 이사를 가겠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이를 두고 임 전 실장이 내년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월 정 전 의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 전 실장은 정 전 의장에게 "종로에 집만 옮겨놓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 서울 은평에 출마했던 임 전 실장은 원래 집이 은평구에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에 집을 내놓고 종로에 집을 보러 다녔지만 아직 이사를 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임 전 실장이 정 전 의장에게 이사 결심까지 알린 것을 두고 여권 내에선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인 임 전 실장이 종로 출마 결심을 굳힌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여권 안에선 그동안 임 전 실장의 종로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임 전 실장이 종로로 집을 옮기려 하고, 이런 결심을 정 전 의장에게 알린 것은 종로 출마에 도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낸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 전 의장은 통화에서 "설을 지나고 얼마 안 돼서 임 전 실장을 잠깐 만나 이야기를 했다"면서도 "지역구 문제나 선거 이야기는 전혀 안 했다"고 했다. 그는 "임 전 실장이 종로로 이사를 오겠다고 하는데 '알겠다'고 하지 오지 말라고 하겠느냐"며 "내가 지금 선거구나 출마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때도 아니다"고 했다. 반면 임 전 실장은 이날 일부 언론과 통화에서 "구체적인 출마 지역은 당 지도부와 의논해야 한다"면서도 "(종로가) 어렵다고 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의 이런 반응을 두고 여권에선 어느 시점에는 종로를 둘러싼 두 사람의 경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 정권 들어 초대 비서실장을 지내며 신(新)친문 핵심으로 떠오른 임 전 실장으로선 '정치1번지'란 상징성이 있는 종로에서 정치적 모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 전 의장이 국회의장까지 지내긴 했지만 야당의 총공세가 예상되는 내년 총선에서 종로를 지켜야 한다는 지지자들의 압박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정 전 의장은 지금도 지역구 관리에 열심이라고 한다. 정 전 의장 본인도 이날 통화에서 "선거구를 누가 자기 마음대로 남에게 주고 말고 하겠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