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양한 감정에 노출돼 사는 게 연주자의 삶인 것 같아요. 연주를 하다 보면 짧은 순간 어린애같이 천진하다가도 폭풍우가 칠 수 있는데, 그 덕에 시시각각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죠. 슈만도 그래요. 스무 살 땐 듣지도 않았는데, 요즘엔 가슴으로 뜨겁게 다가와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0·사진)이 국내 도시 열 곳을 돌며 단독 리사이틀 '나의 클라라'를 연다.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1819~1896)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그녀가 쓴 '노투르노'를 시작으로 로베르트 슈만의 '판타지'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까지 들려주는 프로그램. 오는 16일 울산 현대예술관을 시작으로 다음 달 1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까지 2주간 숨 가쁜 일정이다.
13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선우예권은 "일정을 소화하느라 미국과 유럽을 오가다 클라라의 음악을 접하게 됐고, 그녀를 중심으로 슈만과 브람스가 서로 주고받은 음악적 영향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슈만과 클라라가 처음 만난 건 그녀 나이 열네 살 때예요. 당시 슈만이 쓴 판타지 1악장을 보면 클라라를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어 애통해하는 쓰라림이 절절히 느껴지죠. 그래서 이 곡을 치고 나면 애절하면서도 공허해져요."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수석 졸업하고 2005년 전액 장학생으로 미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했다. 2008년 플로리다 국제 콩쿠르를 시작으로 2009년 인터라켄, 2012년 윌리엄 카펠과 피아노 캠퍼스, 2015년 인터내셔널 저먼 피아노 어워드, 2017년 반 클라이번까지 여덟 차례 우승하며 상금으로 생계를 책임졌다.
그러나 "콩쿠르 우승 이력은 그만 언급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젠 피아니스트로서 제 연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특히 이번 무대는 제 개인의 발자국은 더 떼어 내고 싶어요." 선우예권은 "적어도 객석에 앉아 있을 때만큼은 순간의 소리와 정적을 온몸으로 느끼며 충만해지는 연주를 들려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