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기관인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1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잇달아 만나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비즐리 총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김 장관과의 면담에서 "정치와 인도주의적 사항은 분리되어야 한다"면서 "한국에 있는 국민들이 원하는대로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WFP가 FAO(국제식량농업기구)와 함께 (조사한) 북한의 식량조사 보고서를 자세히 읽었다"며 "인도주의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WFP의 기본 입장에 공감한다"고 했다.
비즐리 총장은 이어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강경화 장관을 만났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WFP와의 좋은 관계에 있어 매우 시의적절한 방문"이라며 "북한의 식량 상황이 이번 논의의 중요한 의제인데, 우리는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즐리 총장은 이에 "우리는 매우 복잡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면서 "(북한의 식량 실태를) 평가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난 상황이고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WFP와 FAO는 최근 공동 조사·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근 10년 사이에 최악이라며 136만t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비즐리 총장은 이날 진행된 김연철·강경화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우리 정부의 공여를 요청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즐리 총장은 김연철 장관과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식량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즐리 총장은 이어 "우리의 평가(최근 발간한 북한 식량사정 보고서)가 북한 식량난 수준을 말해준다"면서 "북한 관료들은 우리에게 전례 없는 (현장)접근권을 줬다"고 했다.
비즐리 총장은 이와 함께 대북 식량 지원 과정에서 확실한 모니터링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하건, 식량이나 그 외의 어떤 지원도 공여국들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즐리 총장은 '한국 정부에게서 어떤 지원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국가는 무엇을 할지와 관련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직접적인 답은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