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70) 명지대 석좌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으로 돌아왔다. 답사기 서울편을 낸 지 2년 만이다. 지난 2일 명지대 연구실에서 만난 유 교수는 "지난해 제자들이 칠순 잔치를 열어주는 바람에 내 나이를 깨달았다. 곧 책을 쓰는 데 한계가 오는 나이가 올 것 같다. 그날이 오기 전에 연말정산 하듯 '인생 정산'을 해야 한다 생각해 부랴부랴 중국편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돈황 답사기를 낸 유홍준 교수는 "내가 즐겁고 유익하고, 재미있게 여행하듯 남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쓴 책"이라고 했다.

이번에 출간된 중국편 1·2권의 주제는 돈황(敦煌). 유 교수는 "내게 돈황·실크로드는 오래된 답사의 로망"이라고 했다. 1984년 KBS에서 방영한 일본 NHK 다큐멘터리 '실크로드'를 보고 돈황 답사의 꿈을 키웠지만 해외여행 자유화 시행 이전이고 중국과도 수교 전이라 쉽지 않았다. 이후 몇 번이나 답사 계획을 세웠지만 선친의 병환 등으로 무산됐다고 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넣어두고 있었던 '꿈의 답사'가 실현된 건 지난해 6월. 오랜 친구들이 답사팀을 꾸렸다기에 합류했다. 그 이후에도 두 번 더 다녀왔다.

돈황 답사의 정점은 5호 16국 시대부터 원대까지 조성된 막고굴(莫高窟). 492개 석굴에 각 시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는 불화(佛畵)며 불상(佛像)이 남아 있어 불교미술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유 교수는 "한 시대의 문화유산이라는 것이 최고의 정성, 최고의 기술이 들어갈 때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밀로의 비너스' 동양판이라고 할 수 있는 당나라 보살상이 있는 45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어떤 굴도 우리 석굴암만큼 완벽하지는 않더라"고 했다.

이번 책에서도 유 교수 스스로가 '수다체'라 칭하는 입담은 여전하다. 막고굴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건조하게 서술하는 대신 답사 때 자신이 버스 안에서 설명하는 장면을 가져와 글에 활기를 더하는 식이다. 그는 "일반적인 미술사책처럼 쓰면 대부분의 독자는 읽지 않고 건너뛰어 버린다. 미술사를 전혀 모르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이 대중성의 비결"이라고 했다. 그 '친절성' 덕분인지 책은 출간 직후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다. 구매자의 67.7%가 남성, 연령별로는 40대 독자 비중(33.4%)이 가장 높다.

1993년 첫 권이 나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국내편 10권, 일본편 4권, 이번에 나온 중국편까지 모두 16권이 출간됐다. 누적 판매 부수 400만부가 넘는다. 유 교수는 "앞으로 5년 정도 걸려 중국편을 열 권 정도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돈황편을 세 권으로 끝내고 시안(西安)·뤄양(洛陽)·항저우(杭州)·쑤저우(蘇州)·양저우(揚州) 등을 다룬 후 조선시대 연행사의 길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현장까지 짚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