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의 성서'라 불리는 요식업계 최고 권위의 미슐랭 스타(Michelin Star)를 포기·반납하는 요리사가 늘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1900년부터 매년 발간하는 여행·식당 안내서로, 엄격한 심사 아래 별 1~3개를 부여한다. 별 3개짜리 식당은 전 세계 50여곳뿐이다.
스웨덴에서 '파비켄 마가시네트'란 노르딕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 매그너스 닐슨(35)은 미슐랭 스타 1개를 포기하고 연말 폐업하겠다고 7일(현지 시각) 밝혔다. 그는 직접 낚시하거나 채취한 식재료를 가을 낙엽을 태운 불로 조리하는 자연주의 요리로 유명했고, 올해도 12월 14일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그러나 닐슨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쳐 당분간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영국 식당 '체커스'의 30대 부부도 "미슐랭 스타 2개를 반납하겠다"며 프랑스 만찬 메뉴를 접고 베이커리 카페로 바꾸겠다고 했다. 2017년에도 싱가포르 식당 '앙드레'(별 2개), 프랑스 '르쉬케'(3개)와 '몽쇼'(1개), 벨기에 '아키'(1개) 등이 잇따라 미슐랭 스타를 반납했다.
뉴욕타임스가 "과학자가 노벨상을, 배우가 오스카상을, 기자가 퓰리처상을 거부하는 격"이라고 표현한 이 사태는 2005년 시작돼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 요리사들에겐 공통된 변(辯)이 있다. 미슐랭 스타를 유지하는 데 대한 압박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르쉬케'의 셰프 세바스티앵 브라는 "18년간 미슐랭 암행 평가단이 연 2~3회 예고 없이 방문했다. 매일 주방에서 내는 500여개 요리가 평가 대상이 된다고 생각해보라"며 "감독관보다 손님을 만족시키는 캐주얼한 요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몽쇼'의 제롬 브로쇼는 "재료비와 인건비는 오르는데 값비싼 정찬을 먹을 손님은 줄었다"고 했고, '아키'의 카린 케인개르트도 "10년 전까지 미슐랭은 축복이었지만, 요즘 같은 불황엔 운영비만 높이는 저주"라고 했다.
이들은 모두 30~40대 젊은 요리사다. CNN과 요리 전문 매체 이터(Eater)는 이를 요식업계의 엘리트주의를 거부하는 '세대적 분노'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