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본 관객 중 록밴드 퀸의 열혈 팬들은 어리둥절해했다. 공연 장면마다 팬들의 환호를 뚫고 깨끗하게 들리는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 때문이다. 비성을 섞은 미성부터 순식간에 성대를 조여 만드는 탁성까지 똑같았다. 프레디가 영화를 위해 환생해 고음질로 다시 녹음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왔다.

영화 곳곳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를 재연한 사람은 캐나다 가수 마크 마텔(43)이다. 지난 2011년 퀸의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직접 퀸 헌정 밴드 '퀸 엑스트라바간자'의 보컬로 선발했다. 그가 퀸 헌정 밴드와 함께 최초로 내한 공연을 연다. 오는 16일과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현대백화점의 슈퍼스테이지 무대에 서는 그를 이메일로 미리 만났다. 그는 "프레디 머큐리와 목소리가 똑같은 것은 축복이자 저주"라고 했다.

목소리뿐 아니라 외모까지도 얼핏 닮아 ‘프레디 머큐리의 숨겨놓은 아들’이라 불리는 마크 마텔.

그를 모창 가수로, 프레디 머큐리를 애써 따라 하는 가수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는 10여 년간 작곡·작사를 하며 록밴드 '다운히어'의 보컬로 활동해왔다. 프레디를 따라 한 것은 2011년 퀸 헌정 밴드 오디션용 영상을 촬영할 때 한 번뿐이었다. 당시 프레디처럼 콧수염을 길렀었다. 이 영상은 "립싱크인 줄 알았다" "얼굴까지 닮았다" 등 댓글과 함께 1890만회 조회됐고 그는 스타가 됐다. '프레디 머큐리의 숨겨둔 아들'이란 별명도 얻었다.

마텔은 이 별명에 대해 "프레디보다 내 아버지와 더 닮았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고 싶다"고 유쾌하게 답했다. 그는 "'무슨 노래를 부르건 프레디 머큐리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평생 들어왔다"며 "당시엔 프레디 머큐리가 나에게 음악적 영감을 준 아티스트도 아니었다"라고 했다. 퀸 헌정 밴드에 입단하면서도 노란 재킷을 입지 않는 등 프레디의 상징을 따라 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타고난 목소리를 바꿀 수는 없었다. 타협하기로 했다. 그렇게 비슷하다는 프레디 머큐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목소리는 비슷하지만 프레디는 두려움을 이기려는 탐험가라면 나는 소박한 삶에 만족하는 스타일"이라며 "퀸의 음악에 나의 색깔을 불어넣는 작업이 꽤 재밌었다"고 했다. 또 "퀸의 팬들 입장에서 보면 일찍 세상을 떠난 영웅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쁨이겠구나 싶었다"며 "하지만 프레디의 원조는 프레디이기 때문에 퀸의 노래를 부를 때는 그와 나 사이에 균형을 잘 맞추려 한다"고 했다.

영화 속 장면을 녹음할 땐 어땠을까. 그는 "비밀 유지 계약도 있지만 영화의 신비로움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면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프레디의 목소리가 끝나고 내 목소리가 나오는 지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작전 성공'"이라고 했다. (02)407-2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