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서울 성동구 동부간선도로. 앞 범퍼가 찌그러진 흰색 쏘나타 차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곳을 지나던 최창호(30·사진)씨는 차를 갓길에 세웠다. 다가가 보니 쏘나타 운전석에서는 젊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에어백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보닛에서 나온 화염이 운전석 창문을 덮기 시작했다. 최씨는 불길이 미치지 않는 조수석 문을 열고 남성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몸이 핸들과 운전석 사이에 끼어 있었다. 열기를 참으며 앞문을 열었다. 의자를 뒤로 젖혀 차 밖으로 끌어낸 남성을 안고 달렸다. 최씨는 "40m 정도 달린 것 같다"고 했다. 뒤를 돌아보니 차는 완전히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최씨는 지난 2월 10일 차량 화재에서 운전자 이모(22)씨를 구했다. 이씨는 육군 상병으로 이날 휴가 나왔다가 도로경계석을 들이받았다.
아식스코리아 직원인 최씨는 종합격투기 단체 'ROAD FC' 세미프로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을 안거나 들어올리는 데 익숙하고, 평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키운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잊힐 뻔했던 최씨의 선행(善行)은 군과 소방서를 통해 알려졌다. 이씨가 복무하는 부대 간부가 최씨 회사로 찾아와 감사장을 전했다. 일주일 뒤에는 성동소방서에서 표창장을 주겠다는 전화가 왔고, 박원순 서울시장 명의의 '재난 현장 의로운 시민' 표창장을 받게 됐다.
최씨는 우연히 TV에서 본 종합격투기 선수 남의철씨의 시합에 반해 체육관 문을 두드렸다. 그는 "좁은 케이지(철제 경기장)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누군가의 목숨이 위험한 사고가 난다면 제일 먼저 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