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오전 9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장거리 방사포'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5일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밝힌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지난해 2월 인민군 열병식 때 등장한 러시아산 이스칸데르급(級)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미사일이 맞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통상 탄도미사일을 지칭할 때 썼던 '탄도로케트', '전술로케트' 라는 표현 대신 ' '전술유도무기'라는 용어를 썼다. 한국군 합참도 처음엔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단거리 발사체', '전술 유도 무기'라고 번복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은 물론 한국 군 당국도 이번에 발사한 것이 탄도미사일이 맞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논란을 피해가고자 모호한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지한 '탄도미사일'이란
합참이 펴낸 군사용어사전에 따르면, 미사일은 '자체 추진력을 가진 비행체로 탄두를 운반하는 군사목적의 로켓' 등을 말한다. 탄도탄과 유도탄이 포함된 게 특징이다. 그런데 통상 미사일과 로켓을 구분하는 기준은 유도 기능의 유무다. 보통 유도기능이 있는 것은 미사일(guided missile), 유도기능이 없는 것은 로켓으로 분류한다. 로켓과 달리 미사일은 사람의 감각·신경·두뇌에 상당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어서 발사된 후에도 속도와 방향을 수정해 목표를 명중시킬 수 있다. 유도 방식에 따라 적외선 감지센서로 목표물의 열을 추적하는 열추적(적외선 추적) 미사일, 레이더를 사용하는 레이더 유도 미사일 등으로 나뉜다.
미사일을 비행 방식에 따라 구분하면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과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로 나눌 수 있다.
탄도(彈道) 미사일은 날아가는 모양이 포탄의 궤적과 비슷해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로켓과 마찬가지로 발사하면 공기저항이나 기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 대기권 밖으로 상승한 후 관성으로 비행하고, 목표에 접근하면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해 고속으로 낙하한다. 사거리가 300~1000km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000~5500km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5500km 이상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부른다.
순항미사일은 소형 제트엔진을 통해 추진력을 얻고 날개를 이용해 자체적인 힘으로 일정 비행경로를 날아간다. 비행 중 고도나 속도를 바꿀 필요 없다는 점이 포물선 궤도를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가장 크게 구분된다. 미국의 토마호크가 대표적인 순항미사일이다. 사거리는 약 1250~2500km다. 자체 엔진을 연소해 목표물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연료량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만큼 멀리 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탄도미사일 명백한데 軍 당국 모호한 표현 사용"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전술 유도무기가 러시아산 이스칸데르급(級)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이스칸데르의 사거리는 50~400km로,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이스칸데르의 명칭은 '알렉산더'의 아랍어 표기인 '이스칸다르'에서 유래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작년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했다. 사거리는 200km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평택 미군기지 까지 사정거리 안에 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실험한 무기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맞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 위반한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2006년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10월14일 채택한 대북 결의안 1718호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를 재결의했다.
그렇다면 유엔 안보리는 왜 순항미사일은 놔두고 탄도미사일만 발사 중지를 결의했을까.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순항미사일의 경우 탄도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요격하기도 쉽다"며 "핵탄두를 싣기 용이한 것이 탄도미사일이고 북한도 그동안 주로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가 순항미사일에 대한 언급 없이 탄도미사일 발사만 금지하도록 결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전문가들이 한 눈에 '탄도미사일'이라 알아볼 수 있는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왜 미사일이라 하지 않고 '전술유도무기'란 표현을 썼는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한국군 합참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처음에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여분 뒤 '단거리 발사체'로 번복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북 당국이 쓴 표현이 둘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기술적으로 정확히 반영했다기보다 정치적 맥락을 고려한 표현"이라고 했다. 미사일도 크게 보면 발사체 형태의 유도무기는 맞지만 유엔 결의안 위반을 의식해 탄도미사일이란 표현은 피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발사체'라는 표현은 로켓, 미사일, 항공기 등을 전부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호한 용어를 사용해 혼동을 주고 있다"고 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은 지난 2014년 8월 14일에도 호도반도에서 '전술 로케트'를 시험발사했다고 했는데 최근 들어 '전술 유도무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결국엔 탄도미사일이란 뜻"이라고 했다. 다른 예비역 장성은 "군사적으로 미사일로 짐작할 수 있는 유도무기란 표현과 사진을 공개한 북한이 발사체라고 모호하게 말하는 한국군 당국보다 차라리 솔직한 편"이라고 했다.